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뒤 “북미 간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오전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직후 나온 것이라 배경이 주목된다.
김 실장은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비건 대표와 1시간 10분여간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 대화를 다 공개할 수 없지만 아마 북미 간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우리에게 비판적 입장을 보인 데 대해 한국이 절제한 걸 미국 측에선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 차장은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에서 한미 간에 긴밀히 협조가 되고 있다”면서 “비건 대표와 카운터 파트인 이도훈 본부장 사이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공유되고 일이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북미협상이 곧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북측에서 대화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 신호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 차장이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 자리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하는 데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대남에 이어 대미 비난을 본격화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비난 화살을 돌린 것은 그만큼 임박해진 미국와의 협상에서 의제 설정 주도권을 쥐려는 사전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은 이날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엔 흥미가 없다”면서도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여전히 대화를 통한 협상에 임할 뜻이 있다는 점을 재차 밝힌 셈이다.
김 차장은 비건 대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한 논의도 나눴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비건 대표가 한미일 관계에 대해서 먼저 언급했다”며 “지소미아와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지소미아 유효 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에 어느 쪽이라도 먼저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연장되지 않는다. 올해 지소미아 종료 통보 시한은 8월 24일이다. 최근 일본이 대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주목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