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장 오는 28일 시행되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서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일 경제전쟁이 다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양국의 주고 받기식 대응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추가 보복조치 발생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2일 “지소미아 종료가 결정됐지만 군사협정 관련 내용이기 때문에 당장 무역·통상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수출규제 품목 확대 등 일본의 추가 조치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4일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3개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 오는 28일 시행을 예고했다.
당시 일본은 이미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3개 품목 이외에 추가 수출규제 품목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점에 맞춰 추가 수출규제 품목을 내놓는 등 추가 경제보복을 단행할 명분이 만들어졌다.
현재로서는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목록에 포함한 공작기계와 탄소섬유를 추가 수출 규제 품목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반도체 관련 품목을 일본 전략물자 통제리스트에서 추가 수출 규제 품목으로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시행세칙에 해당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도 개정 발표했다. 시행세칙에서 포괄허가 품목을 개별허가로 전환, 언제든 수출 통제 대상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는 일본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28일 이전이라도 추가 수출규제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최근 누그러지던 양국 통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문제를 안보협력으로 치환하면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전략이 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이 보복성 조치를 강행하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기회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교토통신은 이날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소미아 종료는 극히 유감”이라고 보도하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통상 문제는 통상 분야에서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어떤 셈법인지 모르겠다”며 “(통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안보협력까지 일을 크게 벌여 전체 협상 틀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정보는 많을수록 유용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인 데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부정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정보수집 능력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외교적으로 국가 체면을 세우기 위한 조치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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