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인정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일측 대화 의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는 자국 수출관리의 운영 개선이라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2일 세코 경제산업성장이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국장급 정책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7월 12일 과장급 실무 접촉 후에 한국 측이 다르게 밝힌 부분을 먼저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성 장관은 “세코 장관이 국장급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7월 12일 상황과 관련한 일본측 주장에 대해서는 그 사실관계를 지난 8월 3일에 자세히 밝힌 바 있어, 또 다시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 3일에 쓴 페이스북 글을 링크로 올렸다.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도쿄에서 열린 한일 과장급 회의를 말하는 것이다.
일본은 당일 회의를 '설명회'라고 주장하면서 대외적으로 이를 협의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장관은 이어 “12일 회의 당시 회의성격과 언론공개 범위에 대해서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각각 언론에 발표하게 됐다”면서 “따라서 당일 회의 “모두에서 '설명회'라는 것을 확인하고, 말미에는 '설명의 장이며, 질의응답이 진행됐다'는 내용으로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것을 당사자가 납득했다”는 세코장관의 언급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인정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측 대화의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맺었다.
한일 당국이 이처럼 실무 회의 명칭과 성격에 대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둘러싸고 서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제소에 앞서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하고 일본은 이번 조치가 단순히 자국 수출관리 차원일 뿐임을 강변하려는 것이다.
한국의 전격적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이어 양국 산업통상 당국 간에도 당분간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