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일학습병행제는 기술 독립 토대

장신철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장신철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최근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간 경제 전쟁이 심화되면서 소재·부품 산업 기술력을 축적해 대일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기술 축적은 단시일 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협업해 필요한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특성화고와 전문대, 폴리텍 등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학교와 기업 현장을 오가며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독일식 직업교육에 비하면 아직 미약한 수준에 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기업 현장에 나가서 직접 적용해 보고 기능·기술을 연마하는 '일학습병행제'는 기술 독립의 중요한 토대다.

다행히 이달 2일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2014년에 법률안을 제출한 지 6년 만이다. 일학습병행은 이미 2013년부터 시행돼 온 제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1만4000여 기업과 8만5000여명의 학습근로자가 참여했다. 일학습병행법이 통과됨으로써 기업과 학습근로자 간 책임과 권리·보호 내용이 명확해지고, 일학습병행 자격 발급이 가능해지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일학습병행에 참여하는 학생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 신분을 부여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4대 사회보험 가입 혜택도 받을 수 있고,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후 외부평가에 합격하면 일학습병행자격이라는 국가자격이 부여되는 여러 가지 긍정 효과가 있다.

전문대생과 4년제 대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실제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고, 특성화고 관계자들도 일학습병행제가 꼭 필요한 제도로 보고 있다.

사업주는 외부평가에 합격한 학습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해야 하고, 일반근로자와 비교해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 미성년자 학습근로시간은 1일 7시간, 1주일 35시간을 넘지 못한다. 만성화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사업주는 이런 일부 부담에도 일학습병행을 통해 길러낸 학습근로자를 자기 근로자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부 단체에서는 '일학습병행법'이 특성화고 학생을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시키게 하는 근거법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타당성 약한 주장이다.

이번 법의 통과는 학교교육과 기업 현장훈련을 결합한 독일식 이원화 제도, 학습근로자 보호 및 일학습병행자격(국가자격) 등에 대한 법률상의 근거도 명확히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현장 직무와 학교 교육의 불일치로 특성화고, 대학에서 전공 과목을 배웠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은 막대한 재교육 비용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학교와 기업이 현재보다 대폭 늘어날 필요가 있다.

일학습병행법은 앞으로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 제정 절차를 거쳐 1년 후에 시행된다. 새로운 제도가 우리나라 교육훈련 분야에서 성공리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교·훈련기관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산업별 단체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역량 있는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대·중소기업 상생형 모델 확산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도 학교 교육과 기업에서의 현장 훈련이 긴밀히 연계될 수 있도록 일학습병행에 대한 적극 지원을 계속, 우리나라 기술 독립을 앞당겨 나갈 것이다.

장신철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marathonj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