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내년 상반기까지 분야별 굵직한 대형 정보기술(IT) 사업을 발주한다. 업계는 '제 값 받기'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공공이 SW사업 입찰가격 하한선을 높이는 작업을 동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는 공공 SW 사업 저가 입찰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SW 사업은 기술과 가격 평가 비율이 9대 1이다. 기술 편차가 크지 않아 가격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입찰 참여 기업이 가격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제출 가능한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며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공공SW 사업 최저입찰가격기준은 예정가격 대비 80%(하한선)다. 공공SW사업 예산 규모가 100억원일 경우 입찰 참여 기업이 제안할 수 있는 금액은 하한선 금액인 80억원 이상이다. 사업 예산 규모인 100억원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적정 예산을 발주자가 책정한 것이다. 입찰 참여 기업이 제출 가능한 금액인 80억원으로 사업을 수주하면 기업 수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SW·IT서비스 기업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폐업한 주요 중소 IT서비스 기업은 80% 수준 가격으로 사업을 수주한 후 적자를 1∼2년째 이어가다 폐업 수순을 밟았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최근 3년간 공공SW 사업 수주 금액을 조사한 결과 예정가격 대비 95.1% 수준 금액으로 사업을 수주했다. 협회가 조사한 총 1만5548건 가운데 80% 이상 사업이 90% 이상 가격으로 최종 수주 금액이 결정됐다. 대부분 사업이 정부가 제시한 80% 하한선보다 10% 이상 높았다.
업계는 하한선을 최근 3년 평균치인 95%까지 높여야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출혈 경쟁을 줄이고 공정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IT서비스 업계 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대형 공공 사업이 연이어 발주되는데 기술경쟁이 아니라 가격경쟁으로 갈 경우 기업 간 제 살 깎아먹기 경쟁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할 지 고민하는 것보다 시스템 핵심 기술 경쟁력 확보와 기술 경쟁 포인트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업계도 자정노력을 이어간다.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후 초반 중견 IT서비스 기업 간 저가 출혈경쟁이 이어졌다. 사업 수주를 위해 무리한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 중견 기업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몇 년 전부터 중견 IT서비스 기업과 중소 SW기업 간 적자 출혈 경쟁을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덕분에 최근 일부 중견 IT서비스 기업은 흑자 전환하거나 영업이익률이 증가했다.
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업계가 아무리 자정노력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하한선을 높이지 않는 이상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 80% 수준에 가격을 제출하는 기업을 막진 못한다”면서 “정부도 업계가 제 값을 받고, 공정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격보다 기술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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