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에 기준수익률 0% 펀드가 쏟아지고 있다. 절반 이상 펀드가 평균 펀드 운용 기간 7년 동안 손해만 안보면 성과보수를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당초 민간 참여가 부진한 영역의 흥행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특단 조치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기형적 생태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회 차원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결성된 모태펀드 자펀드 59개 가운데 31개 펀드가 기준수익률 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7년 49.4%, 2016년 34.1%로 점차 0% 기준펀드가 증가한 데 이어 3월말 현재 기준 62.5%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태펀드는 올해 정시 출자사업에서도 소셜임팩트펀드, 여성기업펀드, 기술사업화촉진펀드, 엔젤세컨더리펀드, 대학창업펀드, 수산벤처창업펀드, 디지털콘텐츠 해외진출펀드 등 기준수익률을 0%로 잡았다.
기준수익률은 성과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내부수익률(IRR)을 의미한다. 펀드 청산 이후 IRR가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투자수익 일정 비율 이상을 벤처캐피털(VC) 등 운용사에 성과보수로 지급한다.
이처럼 기준수익률 0% 펀드가 속출하는 상황에 대해 국회에서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결산국회를 앞두고 펴낸 분석자료에서 “기준수익률이 0%면 IRR가 0%만 초과해도 운용사에 성과보수가 지급되고 이에 따라 운용사 수익률 제고 노력을 감소시킬 개연성이 있다”면서 “펀드 수익성을 주된 기준으로 출자여부를 판단하는 민간투자자 성향에 비춰 볼 때 모태펀드에 대한 투자자 유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에서는 민간 부문 결성 확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문화계정 등 벤처투자로 인한 수익률이 기대되는 영역에는 기존대로 기준수익률을 잡고 있는 반면에 아직 활성화가 미진해 정부 마중물 효과가 필요한 영역에는 기준을 낮춰 민간 참여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혁신성장펀드, 미세먼지펀드 등 비교적 좋은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기준수익률은 3% 안팎이다.
문제는 중기부가 정책 목적의 투자를 본격 확대하기 시작한 2017년 안팎으로 결성 자펀드의 IRR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IRR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17년도 결성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지난해 결성 펀드는 IRR가 아직 마이너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펀드 결성 4년 간은 회수보다는 투자에 집중하는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성과가 큰 차이를 보인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핵심 출자자인 모태펀드가 기준수익률을 0%로 잡았다고 하더라도 일부는 민간 출자자가 참여하는 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 마냥 투자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준수익률이 낮을수록 성공 가능성보다는 정책 목적에 맞는 기업을 발굴하고 펀드 전체 수익률은 비목적투자로 충당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출자 기관인 한국성장금융은 기준수익률을 낮추기보다는 성과보수를 높이거나 추가 성과보상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민간 출자를 유도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기준수익률 자체를 낮게 설정할 경우 지원하는 운용사에게도 어려운 펀드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성과보수를 다양하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 일부 펀드는 회수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만큼 낮은 IRR는 추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민간출자자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지 않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기준수익률 0% 자펀드 결성 현황 (단위: 개, %)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