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63>국토교통기술이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인프라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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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8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대응 확대장관회의를 열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한 핵심부품 연구개발(R&D) 투자 전략과 산업현장 소재·부품·장비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R&D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소재·부품·장비의 경우 기업이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일본 기업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업은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정부도 단기간에 가시 성과가 나타나지 않다 보니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결국 부품·소재 분야는 이러한 사각지대에 묻혀 대외 기술 의존은 깊어만 갔다.

그런 만큼 이 같은 정부의 발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부품·소재 원천기술에 대한 재평가의 뒤안길에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분야가 많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도, 항공 같은 사회간접자본(SOC)과 도시·교통을 아우르는 국토교통기술이다.

국민이 정주하고 경제 활동을 하는 삶의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국토교통기술이 그 중요성만큼 R&D 관점에서 관심을 받지 못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른바 '미래 기술'에 대한 정부 인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0년대 초 정부가 미래 유망 신기술 분야로 6T를 선정했을 때 정보기술(IT)을 제외한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ST(우주항공기술), ET(환경·에너지기술), CT(문화기술)는 신성장 동력 분야였다. 지금은 블록체인, 인공지능(AI), 핀테크, 드론 등이 관심 키워드다. 다시 말해서 R&D 정책에서도 기술의 본질 중요성만큼이나 일종의 인목 테스트가 나름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것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지만 정작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셋째는 눈에 띌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긴 안목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넷째로 국토교통기술에 녹아든 수많은 요소 기술은 최종 결과물에서는 정작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사진:김동욱 기자
사진:김동욱 기자

2016년에 완공된 높이 555m 및 지상 123층의 서울 롯데월드타워가 우리 손으로 지어 졌지만 기반 설계, 초고층 설계, 구조설계, 외벽 등은 외국 기업의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우리 자체 기술이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부품·소재 분야가 이 같은 인식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던 것처럼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술을 포용하는 기술로 국토교통기술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분명 있다.

정부는 먼저 국토교통 분야 기술 개발을 위해 탐색, 원형 개발, 종합 설계, 기술 간 융합, 신뢰성 검증 단계를 포함한 기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국토교통기술 개발과 제도를 조화하고 동기화(同期化)해야 한다. 여타 분야 이상으로 국토교통기술은 정책, 제도와 강한 연계성을 띤다. 원활한 기술 적용을 위해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적용을 염두에 둔 제도 개선과 대안 실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술-산업-정책이 어우러진 리빙랩 방식이 고려돼야 하는 분야가 바로 국토교통 분야다. 이와 함께 이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 코디네이션을 어떻게 구현해 낼 지도 필요하다.

일본 수출 규제에서 드러난 소재·부품 분야의 문제가 다른 분야라고 해서 무관할 리 없다. 국토교통기술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토대였고, 지금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경제의 버팀목이다. 원천기술 자립이라는 목표를 넘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 위한 대안으로 국토교통기술의 역할에 다시 한 번 주목할 시점이다.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인프라로 만들어야 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