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법 개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파법 전면 개정 방향에 대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마당이었다.
전파법 개정의 핵심 목적은 이용자 친화형 전파 활용과 산업 활성화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활성화를 위해 20년 만에 전면 개정을 추진하는 만큼 기대가 큰 반면에 시행 10년이 경과한 주파수 경매제도 공과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지난해 5세대(5G) 통신 주파수 경매가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3.5㎓ 대역에서 최대 대역폭과 선호 위치를 확보한 자본력 우위의 사업자가 승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경매제 특성상 가장 많은 입찰액을 제시할 수 있는 사업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 주파수 경매제 도입 논의 시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우려, 치열하게 논의됐다.
논의의 핵심은 시장 원리의 장·단점과 맞닿아 있었다. 희소자원인 주파수를 객관화해서 공정하게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그러나 자본력 우위 사업자의 주파수 독점 및 이로 인한 공정경쟁 저해 발생 가능성, 과열 경쟁에 의한 경매 대금 증가 등이 단점으로 거론됐다.
정부가 경매제 도입 여부를 1990년대 말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때부터 고려해 왔지만 약 15년 동안 지연한 이유다. 많은 논란 끝에 도입된 주파수 경매제도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시행 결과에 대해 검토해 볼 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네 차례 시행된 주파수 경매 사례를 평가해 보고자 한다.
우선 특혜 시비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호평할 수 있다. 정부가 심사 할당을 하는 경우 투명성 논란이 항상 따를 수밖에 없지만 경매제를 통해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된 점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해외와 달리 국내는 특정 사업자가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80%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국가의 공공 자원인 주파수 배분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네 차례 시행된 경매 동안 시장 하위 사업자는 목표 주파수 확보에 실패한 적이 있는 반면에 시장 1위 사업자는 모든 사업자가 선호하는 주파수를 가장 많이 확보한 결과가 이를 보여 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매 결과가 할당대가 부담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출액 대비 할당대가 부담률을 비교해 보면 모든 경매에서 선호 주파수를 가장 많이 확보한 사업자는 5% 수준인 반면에 항상 최소 대역폭을 최저가로 확보한 사업자는 약 8%에 육박하고 있다. 경매 이전 할당대가 산정 방식과 비교해 보면 상위 사업자는 할인을 받고 이 할인을 하위 사업자가 보조해 준 셈이다. 이러한 할당대가 배분의 불합리성은 하위 사업자의 5G 투자와 통신비 인하 여력을 감소시킬 수 있고, 결국 이통 시장 경쟁 촉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내년부터 전파정책은 2021년에 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이통 주파수의 재할당과 5G 추가 주파수 공급 방안 검토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 주파수 경매대가 산정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또다시 향후 십수년 동안 개선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
때마침 정부는 20년 만에 전파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공 자원의 이용대가 부담 체계가 합당하게 개선돼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종국에는 통신 경쟁 촉진을 통한 소비자 편익 제고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정인준 대구대 경영학과 교수 ijjeong@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