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며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했다. 피쳐폰으로 시대를 풍미한 노키아가 몰락했고 선풍적 인기를 끌던 블렉베리는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라는 절대 강자와 구글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조사가 결집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양분됐다
2019년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 한 번 격변에 진입했다. 전례 없는 연결성을 제공할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에 돌입했고, 스마트폰 폼팩터를 바꿀 폴더블 기술이 소비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애플조차 아직 발을 내딛지 못한 변화의 중심에서 스마트폰 초격차를 주도하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유일무이 5G 스마트폰, 세계 최초 넘어 세계 최고로
정부와 이통3사는 4월 갤럭시S10 5G 가입자를 개통,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에 이어 보급 속도 또한 압도적이다. 롱텀에벌루션(LTE) 단말에 5G 모듈을 결합하는 5G 단말을 선보인 버라이즌과 달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10 5G가 가입자 확대를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에 기술력을 집중했다. LG전자 역시 '듀얼스크린'을 장착한 LG V50 씽큐로 5G 대열에 합류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도 서둘러 5G 스마트폰을 발표했지만 현 시점에서 수백만 단위 사용자를 확보한 5G 단말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에 이어 갤럭시노트10 시리즈까지 5G로 선보이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A90 5G도 출시, 전체 5G 라인업 틀을 완성했다.
초기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산업 혁신을 주도해온 애플은 내년에야 5G 아이폰을 선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초기 주도권을 장기 성장동력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모바일 프로세서와 5G 모뎀칩을 통합한 '원칩' 기술력 확보 및 적용 등이 우선순위로 손꼽힌다. 5G 밀리미터파(㎜Wave)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부품·솔루션 역시 갖출 필요가 있다. 통신사와 손잡고 단독모드(SA) 5G 준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차별화된 5G 콘텐츠 감상과 창작을 위한 하드웨어 개선도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증강현실(AR) 콘텐츠에 최적화된 3D 카메라 기술과 처리장치 성능 강화 등이다.
◇역경 딛고 더 완벽하게, 날개 펼친 '폴더블폰'
5G와 더불어 최대 혁신 기대주로 기대되는 '폴더블폰' 역시 삼성전자가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선보이며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웨이가 아웃폴딩 형태의 메이트X로 경쟁구도를 형성했지만 제품 출시와 양산이 가능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초 4월 출시 예정이던 갤럭시 폴드는 디스플레이와 힌지 결함 이슈로 일정이 지연됐다. 하지만 4개월여에 거친 보완 과정을 거쳐 기기 완성도를 높였다. 완전히 새로운 폼팩터이기에 결함 논란을 계기로 품질 검수 영역까지 새롭게 개척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력과 견고한 힌지 설계로 하드웨어 영역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시 구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폴더블 폼팩터에 맞춘 신규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도 함께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접고 펼치는 것을 넘어 활용도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사용성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 안정화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갤럭시 폴드에 이은 후속 폴더블 스마트폰은 일반적인 플래그십 수준까지 출고가를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1세대 모델인 갤럭시폴드에서 지목된 여러 가지 개선점에 대한 부분을 반영해 차기 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듀얼스크린으로 '가장 합리적' 폴더블 폼팩터를 제공 중인 LG전자 역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폰을 머지않아 선보일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를 비롯 하드웨어 기술력을 꾸준히 확보하며 시장이 무르익길 기다리는 전략이다. 사전에 구축한 풍부한 LG 듀얼스크린 생태계 역시 폴더블 스마트폰 맞춤형 콘텐츠와 서비스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32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증가율은 150.2% 기록, 2022년에는 501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역시 화웨이를 필두로 샤오미, 오포 등이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노린 로욜은 수준미달 완성도를 지닌 폴더블폰 플렉스파이를 지난해 선보여 악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전문가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기계적인 내구성 확보를 거론한다. 하루에도 수십회씩 접고 펴는 제품 특성상 소비자가 믿고 쓸 수 있는 하드웨어 완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 5G와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변곡점에서 진정한 승자로 거듭나야 한다.
글로벌 5G폰 출하량 전망(자료:IHS마킷)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 전망(자료: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