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들은 북미와 유럽 등 세계 가전 주력 시장을 점령한 것을 넘어 동남아, 인도, 남미 등 성장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뽐낸다. 특히 각 시장에 특화된 맞춤형 기능을 더한 가전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가전제품에 지역 맞춤형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지역 고객 연구와 이에 맞춘 기술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가전 기업들이 해외 틈새시장까지 침투하는 것은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이 좋은 기술이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시장 공략 사례다. 인도는 단일 국가로서 중국에 버금가는 큰 시장이다. 특히 인도 소비자의 경제 수준이 성장하면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인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인도인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2015년부터 '메이크 포 인디아(Make for India)'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인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원하는 기능을 제품에 담아냈다.
TV는 여러 명이 음악을 같이 듣는 걸 좋아하는 인도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뮤직 TV(Music TV)' 기능을 탑재했다. '뮤직 TV'는 음악 감상 시 화면 전체를 오디오 사용자인터페이스(UI)로 바꿔준다. 음악 목록을 쉽게 선택하고 음악 장르에 따라 모드와 전용 배경화면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또 PC 보급률이 낮은 특성을 감안해 TV를 가상PC로 사용하는 '리모트 액세스(Remote Access)' 기능을 인도에서 판매하는 스마트 TV에 탑재했다. 이 기능은 원격 또는 근접 거리에 있는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TV와 무선으로 연결해 TV 화면에서 각 제품에 설치된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어할 수 있다.
정전이 자주 발생하는 환경을 고려해 태양광 에너지로 가동하는 냉장고도 선보였고, 인도 전통 음식 조리가 가능한 전자레인지도 내놓았다.
LG전자도 인도 시장에 특화한 제품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모기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모기 퇴치 기능을 적용한 에어컨과 TV를 출시했다. 모기 퇴치 기능은 모기가 싫어하는 30~100㎑ 주파수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를 쫓거나 활동을 저하시킨다. LG전자는 모기 퇴치 기능을 인도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2014년 국내 업체 중 최초로 인도 정수기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수질과 달리 오염이 심한 인도에 맞춰 필터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중금속 등을 깨끗이 걸러내기 위해 5단계 필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도는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기질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맞춰 LG전자는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 첫 해외 시장으로 인도에 진출했다.
위니아대우는 남미와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맞춤형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슬람 여성 의복 '히잡'을 세탁할 수 있는 히잡 세탁기,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 특성을 고려한 자물쇠 냉장고, 10여 가지 멕시코 요리를 조리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 러시아·이란·페루 요리를 자동 조리할 수 있는 복합오븐, 중국 시장을 겨냥한 차 보관 냉장고 등이 대표적인 맞춤형 제품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