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에너지 프로슈머'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마련했던 제도마저 실제 시행 때는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등 신재생 분산형 전원이 확대하는 가운데 전향적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를 소비(Consumer)하면서 동시에 생산·판매(Prosumer)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등장하면서 기존 전력시스템은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다른 소비자와 전력망에서 교환, 판매한다. 이른바 에너지 공유경제다.
이는 전통적인 에너지산업 패러다임에선 상상할 수 없는 '혁신'이다. 기존에는 중앙 에너지 공급자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프로슈머 등장 배경은 분산형 전원 확대에 기인한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에 가격 접근성은 높아졌다. 태양광,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기술 발전으로 전력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범위는 늘었다.
IRENA에 따르면 대표 발전원인 태양광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2010년 이후 세계 평균 74% 하락했다. 2017년 추진된 신규 프로젝트 LCOE는 kWh당 0.10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 에너지 프로슈머가 전력 생산에 주로 활용하는 가정용 태양광의 경우, 시스템 비용은 2013년 2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18~66% 하락했다. 가정용 태양광의 LCOE는 2007년 2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독일 73%, 일본 58% 줄었다.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 폐기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과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등 사회적 비용이 모두 절반 안팎 감소했다는 얘기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데브론은 2014년 4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시장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생산자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를 통해 생산되는 전기를 판매한다.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플랫폼 피클로를 2015년 시범 사업한 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계량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 비용, 고객 선호, 지역 등을 이용해 전력 수요자와 공급자를 30분 간격으로 연결한다.
미국은 태양광 발전을 가상으로 소유하는 커뮤니티 솔라를 2018년 기준 43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사업자가 개발하는 태양광 설비를 다수 소비자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이를 공동 소유하거나 이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태양광 발전 설비의 일부 용량이나 생산된 전력을 구매해 전력량 또는 전기요금을 상계 받을 수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의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생산한 전력 가운데 전력회사에 역송한 잉여전력을 수전량에서 차감해 전기요금을 정산하는 전기요금 상계거래 △남은 잉여 전력을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개인 간 전력거래 △ 중개사업자가 소규모 분산자원을 모집, 전력 도매시장에서 거래를 대행하고 판매 수익을 분배하는 도매시장 거래 등이다.
우리나라도 명목적으론 2015년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을 수립, 에너지 프로슈머를 4대 미래 에너지 트렌드로 제시하고 활성화에 대응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에너지 프로슈머 전력 시장을 개설해 개인이 생산한 소규모 전력이나 남은 전력을 판매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2018년 6월 최종 전기사업법 개정안에는 소규모 전기공급 사업이 제외됐다. 개인 간 전력 거래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중개사업자를 통한 거래는 가능하다. 정부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활성화를 위해 등록만으로 전력중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등록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했다.
관련 업계에선 개인 간 거래가 묶이는 등 규제 탓에 애초 에너지 공유경제 활성화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제 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이 정하는 특정한 범위 이하 소규모 전력판매에 대해선 (개인간 거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기사업법의 전향적인 개정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
류태웅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