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시행에 들어간 금융 규제샌드박스 외에도 금융 영역에서 신산업·혁신성장을 견인할 변화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법제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P2P(개인 간) 대출부터 마이데이터(MyData), 마이페이먼트(My Payment) 산업 등 그간 제도 한계 등으로 접하지 못했던 핀테크 분야 새로운 서비스가 이르면 연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가이드라인 수립 2년여 만에 제도화 이룬 P2P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2017년 2월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정됐으나 명확한 법 기준이 없어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했던 P2P 대출이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마침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P2P 대출업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차입자에게 공급하는 형태의 대출이다. 200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고 해외 각국에서 빠르게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역시도 누적대출액 규모가 2015년말 373억원에서 지난 7월말 현재 4조5000억원 수준까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P2P 대출업체 대부분은 100% 자회사인 연계 대부업체를 통해 영업을 해야만 했다. 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P2P 대출업체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소 5억원의 자기자본 요건과 자기자본 연계투자 요건을 갖추면 별도 대부업체 설립 없이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제도화 이후에는 그간 자기자본 충족 등을 위해 P2P 대출업체 사이의 인수합병(M&A), 추가 투자 유치 등의 움직임이 잇따를 전망이다. 또 업체별 차별화를 위한 상품 다각화 경쟁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자기 정보는 자기가 챙긴다
마이데이터 산업도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은 하루 빨리 신용정보법 등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규정한 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본인 신용정보의 체계적인 관리를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신용관리,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장에서 제공되는 주요 서비스는 본인신용정보 통합조회, 재무·신용관리 지원,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등이다. 최근 4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레이니스트의 '뱅크샐러드'가 대표 사례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정식으로 도입되면 앞으로 사업자들은 정보 주체의 권리 행사에 기반해 본인 정보를 보유한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신용정보를 전산 상으로 제공받아 통합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허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 등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분야에 관심이 큰 기업과 공동으로 전담반을 구성했다. 통합조회 대상 신용정보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다.
정보계좌 업무도 가능해진다. 통합조회 대상 신용정보 외에도 전기나 가스, 수도료 등 납부 정보 등 본인이 직접 수집한 정보를 관리·활용하는 정보계좌를 만들 수 있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대신 행사해주는 이른바 정보 관리 업무도 새롭게 허용된다. 아울러 통합조회에서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금융회사나 창업기업 제3자 등에게 제공하는 컨설팅 업무 역시 가능해진다. 이런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투자자문, 투자일임, 금융상품자문업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대거 등장할 수 있다.
◇마이페이먼트 도입, 전자금융업도 확바뀐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전자금융업인 마이페이먼트 산업도 도입된다. 핀테크 기업이 직접 자금을 운영하지 않고 결제 지시만을 수행하는 지급지시 서비스업(PISP), 은행 제휴 없이도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하고 이를 통해 자유롭게 이체를 할 수 있도록 한 종합지급결제업이 대표 사례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오픈뱅킹 방침과 맞물려 지급지시 서비스에 한 번의 로그인만으로 모든 은행의 자기계좌에서 결제·송금을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서는 은행 계좌가 없더라도 현금을 자유롭게 보관·인출할 수 있고, 결제와 송금, 금융상품 중개와 판매 등 종합자산관리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신기술이 이르면 내년 가시화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금융 분야에도 기술이 견인하는 혁신성장이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핀테크 모펀드 투입 등을 통해 우리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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