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이 발달한 게임산업은 AI 기술 도입과 활용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거대 업체를 제외하면 국내 게임 AI 연구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가장 큰 문제는 인재 확보다. AI 기술을 연구할 인재를 모셔오기 어렵다. 중국 IT업체인 텐센트가 내놓은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세계 AI 인력 수요는 100만명에 달하지만 공급은 30만명에 불과하다. 글로벌 대형 IT업체가 인재 흡수에 나서며 국내 AI 인력난은 심해지고 있다. 연구가 가능한 석·박사에 많은 인센티브와 복지를 제공해 유혹하지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공룡과 인재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2년까지 국내 AI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9986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석·박사급 인력은 7276명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거나 내부에서 기존 인재를 재교육하는 방식으로 인재를 조달한다. 하지만 사내 재교육도, 가르칠 사람도, 교육 프로그램도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AI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않아 공격적이고 꾸준한 투자가 힘들지만 산학 연계와 장학 시스템 구축으로 조기에 될성부른 떡잎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게임사가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개방성,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전혀 다른 환경의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좁게는 조직 간, 넓게는 업계와 학계 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아 데이터를 얻는 통로가 한정적이다.
이해미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책임은 “게임산업에서 솔루션 도출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의미있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작업이 핵심”이라며 “기술 기반 게임 콘텐츠 경쟁 우위 확보 전략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AI 알고리즘을 돌리기 위해선 정제된 데이터가 필요한데 한국어로 표준화된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데이터를 정제하는 기저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연구·개발 효율성이 떨어진다.
AI 기술 발달로 소외될 수 있는 게임 개발자에 대한 교육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달로 개발 편의성을 가져올 수 있으나 그만큼 자동화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한다. 이를 막기 위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도전과 지식재산권(IP), 브랜드 만들기에 혜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AI가 절대로 침범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인간 생리구조와 성장 과정에 기반한 공감을 게임에 녹여내는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