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 등 고대 유적지가 남아있는 캄보디아가 동남아 금융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지 주민 80% 이상이 은행 계좌가 없고, 빈곤국으로 불리던 나라 캄보디아. 자동차보다는 교통수단으로 마차를 닮은 '툭툭이'가 유명하다. 이런 캄보디아가 변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을 결합한 최첨단 간편결제와 SW교육이 유입되면서 현지 생활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시중 은행과 IT기업도 캄보디아를 주목한다. 이미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전북은행 등이 현지에 터를 잡았다. 캄보디아에서 크게 성공한 사업으로 두 가지가 꼽힌다.
한국 제품인 '박카스'가 밀리언셀러 제품으로 등극했고, 툭툭이에 '패스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간편결제 시스템이 최근 도입됐다. 모두 외국 자본이다. 이른바 언더뱅크 시장, 캄보디아 '한류 핀테크' 선봉에 선 기업 연합이 있다. 코사인이다.
◇한국 IT연합 '코사인', 캄보디아에 한국 핀테크 첫 이식
2013년 4월, 국내 유수 IT기업 8곳이 모여 코사인을 출범했다.
전자금융솔루션 1위 웹케시와 정보보안 솔루션 선두기업 안랩, EAI솔루션기업 케이포엠, 원격제어 솔루션 부문 서포트, 관제 솔루션 전문 기업 위엠비, VPN 전문 퓨처시스템, 금융밴 부문 케이아이비 등 8개 선두기업이 출자해 코사인을 현지에 오픈했다. 지금은 웹케시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다.
당초 이들 기업은 SW연합을 표방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IT사업이 캄보디아에 확산되면서 핀테크 사업 최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가에 위치한 코사인에는 약 100여명의 IT인력이 글로벌 인재 양성은 물론 현지 SI, 금융 핀테크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지 비즈니스 아웃소싱 부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토종 IT를 현지에 맞게 접목하고, 우수 인력을 즉시 채용해 최고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캄보디아 중앙은행, 코사인 인프라로 시스템 구축
현지에서 코사인의 IT운용 능력은 현지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국내 금융기관 간 연계 시스템을 코사인에서 구축한다. 중앙은행과 민간은행 간 ATM과 POS망을 구축하는 주요 프로젝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망을 현지 연동한다.
중앙은행과 은행 간 전자공동망(리얼타임 송금망) 연계 구축 시스템도 코사인이 담당한다. 금융결제원과 캄보디아 중앙은행 간 금융망을 연결하는 NPS사업도 관할한다.
현지에서 이 같은 대형 금융 프로젝트를 통해 스케일업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한국 IT와 서비스를 현지에 접목하는 '한류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코사인이 현지에서 생존하기 위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바로 철저한 현지화와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였다. 그리고 사람이 있었다.
◇언더뱅크 공략, 힘들지만 한국 핀테크가 가야할 길
코사인은 모회사인 웹케시 시스템을 아웃소싱하고 개발하는 싱크탱크다. 그만큼 IT금융 노하우와 인프라, 인력을 갖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을 축적해 올 하반기부터 캄보디아 공략에 나선다. 외주 사업을 바탕으로 현지금융사와 네트워크를 쌓은 만큼 이제 우리나라 제품과 서비스를 현지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코사인은 개인·법인카드 관리, 뱅크노트, 비즈플레이 영수증, IBK 모바일 자금관리, 수금 박사, 스마트 결제함 앱, 비즈캘린더 등 개인과 기업을 모두 아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왔고 시장에 안착한 경험이 있다.
이를 그대로 캄보디아에 이식한다.
1년 만에 1만개 기업이 가입해 파란을 일으켰던 웹케시 밀리언셀러 제품 '경리나라'를 올해 4분기 캄보디아 현지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다. 경리나라 글로벌 버전이다. 앞선 한국 IT와 핀테크 인프라를 녹인다. 캄보디아 최초로 전 은행 스크래핑 연계를 통해 소기업을 타깃으로 했다. 국내 은행과도 협업체계를 갖춘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과 공동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며,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동시 진출한다. 현지 기업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캄보디아 브랜치'도 최초로 선보인다. 현지 대기업 대상이다. 내년 2분기를 목표로 연계 대상 은행과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캄보디아 현지화 후 인근 국가 진출도 병행키로 했다. 캄보디아 브랜치는 현지 최초로 실시간 잔액조회와 거래내역 조회, 자금시재 보고서를 제공한다. 현지에 없는 서비스를 최초로 현지화하는, 어쩌면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글로벌 비즈플레이 그룹웨어 서비스도 내년 4분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PC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비즈플레이를 캄보디아 버전으로 출시한다. 캄보디아 뱅크노트 스토어를 선보이고 현지 기업 직원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캄보디아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타깃이다.
◇중국·인도 등 해외 핀테크 바람 거세…한국도 더 큰 무대로
캄보디아는 아직 현금 위주의 사회다. 그만큼 핀테크 기반 금융서비스가 초기 단계고,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기회의 땅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거세다. 캄보디아 최대 교통수단 툭툭이 상당수는 이제 여행자와 운전자간 협상이 아닌 '패스 앱'으로 움직인다.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 목적지를 찍으면 금액이 나타나고 영수증도 발부된다.
우리나라 삼성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도 젊은층 위주로 확산일로다. 대형 가맹점은 신용카드 외에 캄보디아 간편결제 서비스 파이 페이(Pi Pay)를 받는다. 이미 알리페이 QR서비스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코사인 핀테크 전략은 현지 법인을 통한 진출, 그리고 철저한 현지화, 이후 스케일업을 통한 인근 국가 확산이다. 보기엔 쉽지만 한국 핀테크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내수 기반 제로섬 게임에서 탈피해 언더뱅크 국가를 오래전부터 주목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짜서 캄보디아 기업이 즐겨찾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6년을 투자했다.
프놈펜(캄보디아)=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