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약 30분을 차로 달려 도착한 곳에 'Korea SW HRD센터'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3층 건물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80여명 학생이 한국 소프트웨어(SW)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자바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교육을 받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다.
HRD센터는 캄보디아 현지 최고 SW전문가 양성기관이다.
그동안 400여명 SW전문가를 양성, 95% 이상이 공공기관과 IT기업에 취업했다.
교재와 커리큘럼, 강의는 한국 주도로 마련됐다.
센터는 동남아시아 최고의 SW전문가 양성을 위해 한국 국제협력단(코이카),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웹케시 자회사 코사인이 뭉쳐 설립됐다. 안랩, 퓨처시스템 등 5개 IT 선도기업도 출자를 통해 힘을 보탰다.
HRD센터에는 캄보디아 상위 3% 우수학생을 유치한다.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해 주요 명문 10개 대학과 산학연 협력체제를 맺고 있으며, 교재지원과 커리큘럼, 교수인력 교류 등 실질적 교육 체계는 한국이 지원한다.
◇캄보디아 카카오·아이러브스쿨 만드는 그들
센터를 방문한 날 마침 학생들이 졸업 작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 애플리케이션(앱)은 나름 유명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등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을 그들 나름대로 현지에 맞게 만드는 작업을 논의 중이었다. 기본 웹 교육과 자바,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모바일 앱 관련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창업은 물론 공공기관, 글로벌 기업 취업 등 부푼 꿈을 안고 작품에 임하고 있었다.
교육은 철저히 경쟁 위주다. 글로벌 IT인재를 만들기 위해 성적순으로 관리한다. 기초 교육과정과 심화과정을 통해 이른바 '우열반'처럼 운영하며, 특히 심화과정은 초급 개발자 수준 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현지 IT기업 협력사와 센터가 참여한 심화교육 준비위원회는 매년 8월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기술 수요조사를 벌인다. 이를 통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최적 교육 과정을 기획, 개발한다. 특히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거나 현지에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를 주재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캄보디아 아이러브스쿨, AKD(문서공유서비스), 캄보디아 직방, 캄보디아 뉴스 통합 앱을 학생이 직접 만들기도 했다.
자체 개발교재만 10권, 현지 강사진 15명, 개방 온라인 강의만 3000여건을 수행했다.
기초 과정도 5개월간 매일 8시간 집중 훈련이 이뤄진다. 자바와 DB, 기초, 웹 프로그래밍을 학습한다.
◇개천에서 용이 왜 못나나요? 한국에 가고 싶어요
센터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상당수 학생은 가난한 형편에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IT를 익혔다는 자부심이 있고, 이를 통해 해외 선진 시장에서 경쟁하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으면 평균 월급이 200달러(약 23만원)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도 공기관이나 대기업이 그렇고 일반 직장을 잡을 경우 100달러 이하 월급으로 생활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HRD 센터를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 월 급여는 300~350달러 선이다. 인기도 많다. IT기업은 물론 국세청 등 정부 기관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졸업을 준비 중인 한 학생은 “한국 카카오나 직방 등과 같은 일반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 창업하는 게 목표”라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 기업에도 취업하고 싶고, 상당수 학생이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에 깔리는 IT 실크로드
HRD센터는 미래 캄보디아 SW산업 리더를 양성한다는 목적 외에 한국 SW와 핀테크 수출 허브로 캄보디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내 분야별 SW 1위 기업에서 연수를 진행한다. 지난 4년간 48명 수료생이 한국 기업에서 선진 SW기술 연수를 받았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아웃소싱과 퍼블리싱, 로컬 비즈니스, 연구개발(R&D) 업무에 이들 졸업생을 활용한다. 캄보디아 HRD센터 인력은 상대적으로 저비용이지만 높은 수준의 IT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HRD센터 가동으로 캄보디아 정부는 물론 현지 기업과도 다양한 사업 논의와 협력할 수 있는 사업모델 창출이 가능하다.
HRD센터가 개발한 캄보디아 이러닝 서비스로 현재 2000여개 비디오 콘텐츠가 개발됐으며, 4개 주요 대학과 교육부 셰어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5년 안에 100만명 이상 회원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은 한국 SW기술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과 한국에 스며드는 여러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 학생이 한국어로 쓴 손편지가 교실 옆에 붙어 있었다.
“8시부터 10시까지 한국어를 공부하고, 10시부터 12시까지 IT를 공부해요. 특히 매달 학교에서 파티를 준비해요. 아침에는 선생님과 축구경기를 해요. 정말 재미있어요. 저녁에 우리는 HRD센터에서 불고기를 준비하고, 같이 노래를 불러요. 많이 먹어서 기뻐요.”
프놈펜(캄보디아)=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