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국 정부는 '반도체 공업 육성 세부계획'을 수립해 국내 반도체 산업 도약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반도체 산업은 한국의 고속성장을 견인해왔다. 반도체는 1992년부터 2018년까지 29년 동안 국내 수출품목 중 수출액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24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반도체 소재·부품 분야의 상대적 취약성으로 인한 대외 리스크와 강력한 경쟁자 중국의 추격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반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25일 시스템반도체 설계인력 양성을 위한 전공 트랙과정 출범식을, 지난달 27일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기술 인력양성을 위한 인력양성 사업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러한 국가 정책은 국내 반도체 산업으로 더 많고 다양한 인력을 영입,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양성 과정을 거친 전문인력은 결국 대기업 반도체 칩 제조사로 몰릴 공산이 크다.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성장을 뒷받침하긴 어려워 보인다.
필자는 반도체 칩 제조사와 설비 및 부품업체까지 반도체 산업영역 전반을 거치며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사와 함께해 왔다. 그간 축적된 경험으로 볼 때, 국내 반도체 산업이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지속 성장하려면 반도체 칩 제조사뿐 아니라 소재·부품 업체로도 인재가 모여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소재·부품 영역에 있는 기업 스스로 인재가 일하기 희망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17년 11월부터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엠케이에스파워솔루션즈아시아는 대전에서 반도체 공정 장비 부품인 무선주파수(RF) 제너레이터 및 RF 매처 설계와 개발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 직원이 함께 공유하는 비전이 있다. 그것은 반도체 공정 설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RF 부품 기술개발을 위한 생태계를 국내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적, 종교, 성별 등을 따지지 않고 우리와 비전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 발굴해 영입하고 있다. 또 내부 세미나, 외부 RF 전문인력 및 기관과 연계 학습 플랫폼 형성으로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리고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로이 소통하는 기업문화 정착을 통해 즐거운 일터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이러한 노력은 실제 결과물로도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박사급 전문인력 및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대거 영입되며 RF 핵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시대 인재들은 직장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 직장은 개인 발전과 비전을 달성하는 평생학습 장이다. 반도체 산업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대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 단계까지 뛰어난 인재들이 그곳을 평생직장으로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국내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는 기업이 얼마나 인재와 기업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투자하는지에 달려 있다.
한성호 엠케이에스파워솔루션즈아시아 대표 Shane.Han@mksin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