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대국은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AI가 바둑 대결에서 인간을 앞선 것이 증명됐다.
3년 후 최근 '알파로 경진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변호사 1인과 AI가 팀을 이룬 혼합팀, 변호사 2명으로 구성된 인간팀이 근로계약서 세 건을 분석해서 법률 자문 답안을 내놓는 형태였다. 알파고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AI와 인간이 협업해서 법률 자문에 응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대결에 쓰인 AI 프로그램은 인텔리콘연구소가 개발한 노동법 전문 AI 시스템이다.
혼합팀 변호사는 대회가 시작한 지 몇 분도 안 돼 AI가 분석한 계약서 결과표를 받았다. AI가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서 조항 적정 여부를 최종 판단, 답안을 제출했다. 인간팀은 두 명의 변호사가 의견을 교환하며 답을 찾았다. 인간팀은 검색과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종 답을 냈다.
팀명을 가린 채 블라인드 심사가 진행됐고, 결과는 혼합팀의 승리였다. AI는 컴퓨터에 입력된 문제 계약서를 판독, 내용을 순식간에 분석했다. 정답 정확도와 분석 등 다방면에서 인간팀보다 두 배나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법률 영역은 물론 그동안 인간이 수행해 온 많은 업무가 로봇과 AI에 의해 자동화된다.
요즘 많은 기업이 내부 업무 가운데 단순 반복 작업으로 이뤄지는 부분을 소프트웨어(SW)로 구현된 로봇에게 맡긴다.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라는 새로운 분야다. SW 로봇 직원이 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회계, 총무, 인사 등의 업무가 RPA로 자동화된다. 이제는 단순 RPA를 넘어 AI까지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 수준에 따라 시간 절감, 작업 속도 향상, 비용 절약 등 업무 효율성이 향상된다.
기업은 이미 RPA 도입 초기 단계를 넘어섰다. 현업에서 몇몇 업무를 자동화하는 초기 파일럿 프로젝트를 거친 후 전사 도입으로 넘어갔다. 기업은 RPA 도입 후 효과를 체감하면서 자동화 영역을 더욱 넓힌다. RPA에 AI를 결합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더욱 똑똑한 로봇 직원이 탄생한다.
일부에서는 로봇과 AI가 가져올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다. 물론 기존 업무 가운데 일부 일자리는 사라진다. 그러나 로봇이 완전히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보조 역할을 하거나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로봇 직원과 일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막연히 지금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기술 발전에 따라 전문성을 띤 새로운 직군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정보수집 단계에서 AI가 사람을 도와 오류를 최소화하고 효율성과 정확성을 대폭 개선한다. 감정에 의한 인간의 실수를 줄이고 업무자 편차로 인한 오류를 바로잡는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손실과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다. 노동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노동인구에 생산성을 곱하면 국가 경쟁력을 산출할 수 있다. 노동 인구와 시간이 줄어듦으로써 생산성은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는가. AI와 로봇을 효율 높게 사용하는 국가가 경쟁력을 확보한다.
로봇이 대체하는 일자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등 창조 분야가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 학습해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생활양식을 바꾼다. 좀 더 창조 및 혁신성과 관련된 일을 하면 된다. 로봇과 AI도 인터넷처럼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다.
김인순 SW융합산업부 데스크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