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실시간 검색어(실검) 차트가 본격 왜곡되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초다. 일부 유통업체가 이벤트나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적극 활용한 것을 시초로 본다. 단위 시간 동안 입력 횟수가 많은 검색어가 별도 노출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용자에 의한 검색이 반영된 결과물이라, 매크로(자동입력 반복)나 어뷰징(비정상 접근)과 달라 포털 측이 제재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마케팅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실검 차트 지분 확보를 위해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응원 여론과 비난 여론 키워드가 맞붙는 전쟁터로 전락했다.
실검 마케팅은 3단계에 걸쳐 홍보와 트래픽 유발 효과를 낸다. 검색어를 입력하는 이벤트 참여자, 새로 등장한 실시간 검색어에 호기심을 느끼는 포털 이용자, 검색어 키워드를 제목과 본문에 넣어 뉴스 트래픽을 확보하려는 인터넷 매체가 이해 당사자다. 이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 특정 키워드가 장기간 실검에 머물게 된다.
초기 실검 마케팅은 이벤트 진입 경로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시간에만 이벤트를 개방하고, 포털 검색을 통해서만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퀴즈형 실검 마케팅' 수법이 등장했다. 이벤트 퀴즈 정답 힌트를 보려면 포털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도록 유도했다. 토스나 엔비티 등 많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를 확보한 업체가 마케팅 상품으로 팔기 시작했다. 구좌 당 4000만원 정도에 가격이 책정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검이 자본력에 좌우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검 차트 운영 목적은 이용자가 보여주는 관심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데이터 노이즈 개입으로 기능을 상실하면서 이를 방치하는 포털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포털은 문제를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지만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개입할 경우 포털 입맛에 맞게 실검 여론을 조작한다는 또 다른 논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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