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센서 분야에서 전에 없던 기술을 개발, 상용화 전기를 마련한 연구자다. 최근 소리를 이용해 무단침입이나 화재 상황을 재빨리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해 연구계와 산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소리를 이용한 센서는 음파가 보이는 공간 분포 패턴인 음장을 활용한다. 특정 공간에 무언가 움직이거나 온도가 변하면 음장 역시 변하는 성질을 이용한다. 소리를 매개로 해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영상이나 적외선 센서는 가려진 곳의 상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음장 센서는 음파가 장애물 뒤에도 전파되는 '회절' 현상, 소리 반사 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파악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화재 상황 역시 알 수 있다.
박 책임은 “이전에도 소리를 활용해 움직임을 감지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우리만큼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한 경우는 없었다”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획기적 성과를 얻게 된 계기는 지난 '실패'다. 당초에는 소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전달하는 '지향성 스피커'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소리를 퍼지지 않고 한 곳에 모이게 하려 했다. 그러나 소리 회절 탓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와중에 '역발상'으로 연구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 책임은 “소리는 한 없이 퍼져 나가는데 이를 억제하기보다 활용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10년 가까운 연구와 노력 끝에 음장 센서를 구현할 수 있었다.
박 책임은 이번 성과가 현재 일본 수출규제 상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서 대부분을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어 대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센서는 유독 약하다”면서 “이번 음장 센서 개발이 국내 센서 분야 발전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단 수입 대체 효과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박 책임은 음장센서와 기술을 다양한 솔루션으로 구현, 수출까지 준비하고 있다. ETRI 연구소기업인 시큐웍스가 해당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박 책임은 “음장센서 기술을 모듈형으로 구현, 국산화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음장 센서를 계기로 센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가 이 분야 수출 강국으로 올라서는 날이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