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복권 판매권에 선정돼도 판매 기계를 가져가지 않아요. 대박 꿈꾸다가 쪽박 차거든요”
지방의 한 복권판매업자의 말이다. 한때 '복권 판매권=대박'인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쪽박을 피하지 못해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2004년 9845개이던 로또 판매점 수는 지난해 7211개로 26.8% 줄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복권 사업은 호황이다.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조35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 늘었다. 판매는 느는데 왜 판매점은 곡소리를 내는 걸까.
1등이 나오는 명당 복권집은 장사가 잘된다. 그러나 이들 몇 곳에만 수요가 몰리면서 복권집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심화됐다. 게다가 이번 정권 들어 치명타가 세 차례 있었다. 첫 번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정부는 로또 판매권의 70%를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게 준다. 이들 대부분은 몸이 불편하거나 고령이다. 직접 판매가 어렵다.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복권을 판매하거나 '알바'를 쓴다. 최저임금이 최근 2년 동안 약 37% 오른 현실에서 수익성이 좋을 리 없었다.
두 번째 지난해 정부가 편의점에서의 법인 로또 판매를 금지시켰다. 판매 자격을 갖춘 사람들 가운데 좋은 자리에 가게를 낼 형편이 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편의점 위탁 운영으로 사실상 공생관계를 유지했다. 이제는 직접 판매하거나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묘안이었다.
세 번째 정부는 앞으로 3년 동안 판매점을 2371개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추가 모집은 대상 30%를 차상위계층으로 선정한다.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명분이다.
정부는 대단한 선물인 것처럼 내놨지만 판매점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과연 새롭게 복권 판매권을 얻은 사람들이 정책 후폭풍을 이겨 내고 복권 판매 기계를 가져갈 수 있을까.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