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대학을 중심으로 한 혁신생태계 구축

[월요논단]대학을 중심으로 한 혁신생태계 구축

최근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말미암아 핵심 원천 기술 개발·이전·사업화의 효율화 방안 논의가 화두로 되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20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1위 수준이다. 국가 재원으로 연구를 수행한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 성과가 기술 이전, 기술 사업화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R&D 사업화 성공률은 20%로 영국 70.7%, 미국 69.3%, 일본 54.1%에 비해 매우 낮다. 대학의 기술 이전 실적도 3년 평균 약 700억원으로, 대학에 투자된 R&D비에 비하면 기술 사업화 성과는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다.

반면에 이 같은 대학 자체의 기술 사업화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시도되고 있어 다행이다. 교육부는 대학이 창의성 자산을 산업계에 이전, 국가 신성장 동력 창출의 선도 역할을 지원하는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학기술경영 촉진 사업'으로 대학이 산·학 협력을 통해 기술 이전, 창업 및 재투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이들 정부 사업 성공을 위해 바라는 것은 먼저 지속 사업과 기술 사업화를 위한 인력인 TLO(Technology Liaison Officer), TMO(Technology Management Officer) 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R&D 투자의 기술 사업화 성공을 위해서는 초기 연구 성과를 상용화 단계로 연결시키는 액셀러레이터 같은 기술 사업화 기반과 함께 산·학·연 클러스터를 활용한 연구 환경을 제안한다.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기초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려면 일반적으로 기초연구, 응용실험, 시작품, 실용화, 그리고 사업화 다섯 단계를 거치는데 이를 핵심요소기술의 기술적 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l)에 따라 TRL 9단계로 분류하여 사업성과 평가에 활용하기도 한다. R&D 과제 특성에 따라 대학-국가출연연구소-스타트업-중소기업-대기업 등 연구기관의 역할은 단계별로 달라지며 상호보완적으로 국가의 혁신성장을 이끈다.

독일은 대학과 기초 연구를 담당한 막스플랑크 연구회, 중개 연구의 라이프니츠 연구회, 응용 연구의 프라운호퍼 연구회, 대형 연구를 맡은 헬름홀츠 연구회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 경우도 스탠퍼드대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담당한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휴렛팩커드(HP)·구글·시스코 같은 기업과 스탠퍼드대 선형가속기센터(SLAC),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등 세계 유수의 연구소들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와 함께 혁신클러스터를 이뤄 기초 원천부터 응용 기술로 도약하는 생태계를 구성한다.

지속된 혁신 동력 성공을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계속 만들어지고 소통되는 개방형 구조의 대학 중심으로 중개 연구 기관, 기술사업화 조직, 산·학·연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정부도 이를 이해하고 범 부처 공동으로 대학 기반의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면 대학의 혁신 역량과 단계별 연구기관이 연계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서 동아시아 지역의 혁신을 선도하는 산·학·연 클러스터를 기획해 볼 것을 제안한다.

세계 수준의 대학 기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지식재산을 무기로 하여 해외로 도전하는 성공 모델을 쓰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혁신에 맞는 법 체계와 공정한 경쟁, 벤처 투자, 혁신성 아이디어를 상용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때다.

이재용 연세대 교수(전 교학부총장) jyl@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