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포트] 30분이면 하루 충분… 속도 내는 '고속충전 기술'

10월 8일(현지시간) 갤럭시 노트10 언팩 현장에서 푸자 비그(Pooja Vig) 삼성전자 미국법인 모바일마케팅 리더가 노트10+의 45W 초고속유선충전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0월 8일(현지시간) 갤럭시 노트10 언팩 현장에서 푸자 비그(Pooja Vig) 삼성전자 미국법인 모바일마케팅 리더가 노트10+의 45W 초고속유선충전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10+와 관련해 잘 모르는 개선 기능이 초고속 충전 지원이다. 최대 45W 초고속 유선충전으로, 30분 충전만으로도 하루 사용에 필요한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고속충전은 모바일 기기 배터리 고용량화 경향에 따라 일반화하는 추세다. 외부에서 충전 없이 더 오래 쓰고 싶은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더 빠르고 간편한 충전기술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배터리 커지니 충전도 빨라졌네

중국 시장조사업체 Sino-MR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속충전은 새 스마트폰 구매 시 주요 고려사항(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에 익숙해진 만큼 대용량 배터리와 더불어 고속충전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시장요구에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 개발 외에도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Sino-MR의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속 충전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사용자 60%에게 영향을 미쳤고, 퀄컴이 자체 시행한 연구에서는 오늘날 소비자들의 26%가 충전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꼈다. [사진=퀄컴 코리아]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Sino-MR의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속 충전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사용자 60%에게 영향을 미쳤고, 퀄컴이 자체 시행한 연구에서는 오늘날 소비자들의 26%가 충전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꼈다. [사진=퀄컴 코리아]

기존 탈착식 배터리는 스마트폰에 일체화됐고 기본 용량은 4000㎃h를 훌쩍 넘겼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외장 배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용량이었다. 소비자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용량이 커졌으니 채우는 속도도 그만큼 빨랐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다. △퀄컴 퀵차지 △삼성 AFC △USB-PD 등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퀄컴은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탑재된 제품에 일반 충전기보다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인 '퀵 차지'를 2013년부터 공개했고, 높은 칩셋 시장점유율 덕분에 보편화된 충전 규격으로 자리 잡았다. 퀵 차지는 '4.0+'까지 소개됐으며 최대 28W 고속충전, USB-PD, 듀얼 충전을 지원하고 있다.

퀄컴 퀵 차지 변천사 [사진=퀄컴코리아]
퀄컴 퀵 차지 변천사 [사진=퀄컴코리아]
충전에 공급되는 최대전력은 충전기 어댑터 출력(Output)에 표시된 전압과 전류를 곱해 구할 수 있다. [자료=아트뮤코리아]
충전에 공급되는 최대전력은 충전기 어댑터 출력(Output)에 표시된 전압과 전류를 곱해 구할 수 있다. [자료=아트뮤코리아]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4부터 최대 15W(9V×1.67A)의 AFC(Adaptive Fast Charging)라는 독자 충전 기술을 개발해 적용해 왔다.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는 퀵 차지와 AFC 모두를 지원하도록 설계됐지만 갤럭시A 시리즈는 AFC만 지원한다. 반면에 USB-PD는 최대 100W 출력을 지원해 스마트폰 말고도 태블릿과 노트북처럼 큰 전력공급을 해야 하는 제품에도 널리 적용할 수 있는 규격이다. 삼성 갤럭시 노트10+의 45W 고속충전도 이 표준이 적용된 것이다. 퀵 차지는 2.0이 적용된 일부 제품에서 USB-PD를 지원했고, 퀵 차지 4.0부터는 의무적으로 USB-PD 충전을 지원하고 있다.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해온 애플은 라이트닝-C형 케이블을 번들(기본구성품)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애플]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해온 애플은 라이트닝-C형 케이블을 번들(기본구성품)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애플]

애플은 USB가 아닌, 라이트닝 단자를 독자 적용해왔다. 2015년에 유럽연합에서 충전 표준을 USB-C로 정하자 맥북과 아이패드 등 USB-C 지원 제품을 점차 늘리며 USB-PD도 지원 범위를 늘리기 시작했다. 애플 스마트폰은 '아이폰8'부터 USB-PD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가장 최근 출시된 '아이폰 11'은 최대 18W USB-PD 충전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폰은 여전히 라이트닝 8핀이 적용됐지만 라이트닝-C형 케이블을 번들로 제공해 호환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대 100W 충전 USB-PD, 무엇이 다른가

앞서 언급한 충전 기술은 모두 USB-C를 통해 사용되지만 USB에서 정한 표준 충전기술은 USB-PD다.

USB-IF(사용자포럼)는 USB-PD를 위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사진=USB IF]
USB-IF(사용자포럼)는 USB-PD를 위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사진=USB IF]

본래 USB(Universal Serial Bus)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인 1994년에 데이터 전송을 위해 컴팩, DEC, IBM, 인텔, NEC, 노텔 등 7개사가 모여 공동 개발한 범용 인터페이스 규격이다. USB 단자를 통한 전력공급 기술이 2007년부터 발표됐고, 2012년에 이르러 USB-PD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현재 USB-PD는 3.0까지 발표된 상태다.

USB-PD는 2012년에 처음 등장했다. [자료=위키피디아]
USB-PD는 2012년에 처음 등장했다. [자료=위키피디아]

USB-PD 독특함은 양방향 충전에서 찾을 수 있다. 오로지 플러그에서 제품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일반 충전기와 달리 USB-PD는 필요에 따라 반대로도 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노트북이 외장배터리처럼 활용될 수 있는 것도 이 기술에 따른 것이다. 다수 기기를 연결해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는데, 이때 똑같은 전력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각 기기가 필요한 전력만 공급하는 최적화된 전력 관리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기기별 정격전력만 공급하되,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의 전력 소모가 크면 더 많은 전력을 해당 기기에 공급하는 식이다.

USB가 표준 규격인 만큼 USB-PD 역시 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외장배터리, 웨어러블 등 다수 스마트 기기를 들고 다니는 경우라면 전용 충전기를 여럿 들고 다니기보다 범용 USB-PD 충전기 하나를 들고 다니는 편이 훨씬 편리하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노트북 전원어댑터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비용 면에서 합리적이다.

◇유선 고속충전 '오해와 진실'

충전기는 탑재된 트랜지스터를 통해 외부 공급 전력을 전자제품이 견딜 수 있는 정격전력으로 조정해 전달하는 변압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외부에서 공급되는 3300W(220V×15A) 가정용 전력을 18W 이내가 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충전기가 전압과 전류를 낮춰 전달하게 된다. 만약 충전기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고 충분한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은 불량품이라면 과전류를 그대로 기기로 흘려보내 기기고장은 물론 심하면 배터리 폭발과 화재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반면에 USB-PD는 제품에 따라 공급전력을 조정해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한다.

이는 아무리 100W 충전을 제공하는 USB-PD 충전기를 쓰더라도 물건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격전력까지만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고속충전은 USB-PD 지원 충전기 준비 외에도 사용하는 제품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전력이 얼마인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에서 고속충전 사용이 가능하다면 최대 100W(20V×5A)의 전력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전용 케이블도 준비해야 한다. 일반 USB 케이블과 PD 충전기를 연결해도 충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 경우 연결된 케이블에 맞게 전력을 낮춰 공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충전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또 완충보다는 90% 충전을 권한다. USB-PD로 충전하면 완충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실제 완충 시간은 눈에 띄는 큰 차이가 없다. 이는 고속충전이 알고 보면 급속충전 기술인 것에서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고속충전은 안전을 위해 초기에는 빠르게 충전되다가 완충(100%)에 가까워질수록 느려지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갤럭시 노트10+를 45W 충전기로 충전했을 때와 갤럭시 S10 5G를 25W 충전기로 충전했을 때 완충에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면 불과 25분여 차이에 불과하다. 물론 초기에는 일반 충전기보다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완충에 가까울수록 점점 느려지다 충전량이 90%를 넘어가면서 급격히 하락한다.

◇더 작아지는 유선충전기술 미래

USB-PD 충전기는 일반 노트북 충전어댑터보다는 훨씬 작지만 기존 스마트폰 충전기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갤럭시 노트10+의 45W 충전기를 못생기고 투박하다 느끼는 이가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기기에 탑재될 배터리가 커질수록 이를 충전해야 하는 충전기도 출력을 늘려야 하고 따라서 그만큼 커져야 한다는 데 있다. 이에 업계는 5G 시대 필수 소재로 일컫는 질화갈륨(GaN)에 주목하고 있다.

질화갈륨은 오래전부터 반도체 소재로 쓰였던 물질이다. 최근 고속충전기술을 개발하는 분야에서는 질화갈륨의 높은 전력증폭 성능에 주목하고 제품 소형화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 충전기는 트랜지스터에 실리콘을 써왔지만 이보다 효율이 높은 질화갈륨을 적용하면 제품 크기뿐만 아니라 발열까지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질화갈륨 충전기를 지난해부터 선보였다. 국내는 USB-PD 도입에는 적극적이지만 질화갈륨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신중한 편이다. 현재까지 질화갈륨 충전기를 국내기업이 출시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한 이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질화갈륨 충전기의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트뮤코리아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질화갈륨 소재 충전기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 USB-PD 충전기 라인업은 대폭 늘리고 차량용 충전기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슈피겐코리아 역시 USB-PD 지원 제품을 케이블에서 충전기와 보조배터리까지 확장하고 내년부터 질화갈륨 충전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코마테크(프리디)는 질화갈륨 충전기 개발과 안전성 검증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CES 2020에서 신제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