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링스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를 더욱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자유롭게 회로 설계를 바꿀 수 있는 FPGA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장에서 6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자일링스는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며 관련 생태계 확보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자일링스개발자포럼(XDF) 2019' 행사에서 빅터 펭 자일링스 CEO는 FPGA 통합 플랫폼 '바이티스(Vitis)'를 소개했다.
바이티스는 FPGA 칩 개발자들이 더욱 간단하고 빠르게 칩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FPGA 칩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회로를 개조해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를 일컫는다. 최근 폭발하는 AI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IT 기기가 AI 기능을 구현하려면 일정한 기준이 없는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 이 때 사용자 환경에 따라 회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FPGA 기술이 제격이다. 이미 칩 구조 설계가 완성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유연성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정보 연산 속도도 탁월하다. 빅데이터로 익힌 정보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추론' 분야에서는 CPU, GPU보다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시제품 칩, 통신용 칩으로 쓰였던 FPGA가 AI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유다.
문제는 개발자가 회로를 입맛대로 바꾸려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에게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익히고 적용하는 작업은 쏟아지는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AI 환경에서 큰 부담이다.
자일링스는 바이티스라는 통합 플랫폼으로 FPGA 칩을 사용하는 고객사 부담을 크게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회로 조작에 필요한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개발용 언어를 범용 소프트웨어로 전환해 이전보다 간단하게 칩을 다룰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외국인과 대화가 수월하도록 돕는 '번역기' 역할과 같다.
자일링스는 기존 FPGA 개발 플랫폼이었던 '비바도(Vivado)'도 제공하면서, AI 모듈용 플랫폼 '바이티스 AI'까지 제공해 AI 분야에서의 차별화를 꾀한다.
펭 CEO는 “소프트웨어 통합을 깔끔하게 구현한 이 플랫폼으로 개발자들이 알고리즘 개발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6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자일링스는 FPGA 칩 시장에서 주도권 쐐기를 박기 위해 출시한 것으로 풀이한다.
지난해 XDF에서 펭 CEO는 “자일링스는 FPGA 회사가 아닌 플랫폼 회사”라고 선언하며 이 시장을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오는 11월부터 출시할 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무료로 운영한다는 점도 자일링스의 탄탄한 지지층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펭 CEO는 지난 5년간 확보한 400개 오픈소스를 자사 웹사이트에서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올해 3회째 열린 XDF에는 통합 플랫폼 발표 외에도 다양한 FPGA 칩 활용 사례가 발표됐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자일링스 칩의 특장점과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히타치 등 자동차 회사들의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 적용된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에서도 FPGA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새너제이(미국)=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