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만으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뇌에 금속 전극을 심어 자극하는 기존 방법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창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과 함께 강도가 낮은 초음파를 활용한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금속 전극을 이용해 뇌 활동을 자극하거나 방해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썼는데, 금속 전극을 뇌에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수술이 필요 없고 안전한 초음파 뇌자극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관련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음파에 의한 신경세포 조절이 비신경세포인 별세포 기계수용칼슘채널 'TRAPA1'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초음파 뇌자극술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기계수용칼슘채널은 자극으로 활성화되는 세포막 통로다.
연구진은 저강도 초음파로 TRPA1이 활성화되면, 별세포로부터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돼 신경세포 활성이 유도됨을 밝혀냈다.
동물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TRPA1이 있는 쥐는 저강도 초음파에 의해 신경세포 발화가 증가한 반면, TRPA1가 없는 쥐는 이런 현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저강도 초음파 뇌 자극술로 쥐 꼬리 운동능력을 개선하는 것도 성공했다. 쥐 뇌에서 꼬리 움직임을 유도하는 부분을 저강도 초음파로 자극한 결과 TRPA1이 있는 쥐는 꼬리 움직임이 활발했다. TRPA1이 없는 쥐는 움직임이 감소했다.
오수진 KIST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저강도 초음파에 의한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개체 수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규명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단장은 “초음파 센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각종 뇌질환 치료에 적용해 초음파유전학으로 발전시키는 후속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