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규제 샌드박스, 사후지원 강화 과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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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지 200일이 지나면서 특례를 받은 업체와 정부 간 의견 마찰이 빚어지는 사례가 나온다. 정부는 국제표준과 공공 안전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규제를 허용하지만 업체는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관련 비영리기관에서 사업 승인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 외연을 확대할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1호 기업 차지인과 정부는 전기차 충전용 계량기 시험 항목과 향후 규제 여부를 두고 의견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차지인은 일반 220V용 콘센트를 활용해 전기차와 전기이륜차를 충전할 수 있는 '앱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 임시허가를 신청해 지난 2월 열린 제1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임시허가를 받은 바 있다. 심의위원회는 과금형 콘센트 필수조건인 전력량 계량 성능을 검증하는 대로 시장에 출시하도록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기존 전력량 계량기보다 간소화 한 22개 시험항목으로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임시 기술기준안'을 제시했지만 업체가 이를 거부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6개월 추가 개발로 '임시허가 성능 수준' 법정 계량기 오차율 시험은 통과했으나 기타 계량기 수준의 조건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며 “법정 계량기를 현재 제품에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재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내년 전력량계 새 기술기준을 마련한다고 밝히면서 업체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국표원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62052, IEC 62053을 반영한 전력량계 기술 기준을 마련해 내년에 적용할 예정이다. 공공 안전과 국제표준 등을 고려해 새 전력량계 기술 기준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기술 기준이 마련되면 차지인이 임시허가를 통해 공급한 과금형 콘센트도 새 기술기준에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업체에서는 급격한 시장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최 대표는 “법정 계량기 성능을 준수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며 “6개월 단위로 바뀌는 시장 상황을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수 업체가 실증특례를 받은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체 분석 서비스는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가 사업 확대 승인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지체되고 있다.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에서 규제특례를 받은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메디젠휴먼케어, DNA링크 등 업체가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에서 특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규제에 직면한 셈이다.

아울러 자금력과 규모가 영세한 스타트업이 실제 투자자금을 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정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세한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창업 지원 정책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연계하거나 자금 지원을 위해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에서 규제 특례를 받은 업체의 한 대표는 “신산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은 경험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은행 자금 지원 등을 통한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한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조달시장에서 우선가점을 부여하는 등 기업 유인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