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응 '필승코리아펀드 2탄' 몸 사리는 금융권…왜?

일명 '애국펀드'로 불리는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의 후속상품이 나온다. 앞서 필승코리아펀드가 소재·부품·장비 분야 대형 상장사 중심이라면 후속상품은 비상장 중소·중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해당 상품 가입 이후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2일 청와대와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이 소재·부품·장비 업계 비상장사를 지원하는 펀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중견 업체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가진 소재·부품·장비 업계 비상장기업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필승코리아 2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형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사 지원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민간 자금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앞서 NH-아문디자산운용이 내놓은 필승코리아펀드는 일본정부의 대한국 수출제한 조치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기업군에 힘을 실어주자는 뜻에서 출시됐다. 지난 8월 14일 판매를 개시했다. 이어 26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서울 서대문 NH농협은행 본점을 방문해 '착한 펀드'라며 가입해 화제가 됐다. 이 펀드는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투자한다.

2호 펀드는 사모재간접펀드 형태가 유력하다. 사모재간접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자기자산 50% 이상을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일반인도 손쉽게 헤지펀드가 편입하는 비상장기업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1일에는 사모재간접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을 500만원 이하로 낮추면서 일반투자자의 진입 문턱도 낮아졌다.

금융투자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펀드 운용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사모재간접펀드 대다수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앞서 출시된 사모재간접펀드 대다수가 타임폴리오운용을 제외하고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다 대부분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한 상황”이라면서 “대형 운용사 입장에서는 굳이 카피캣이 될 수 있고 리스크 관리도 쉽지 않은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비상장 기업 투자의 경우 상장기업 투자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진다. 사모재간접펀드를 통해 투자하더라도 환매 시점에 기대 수익률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공개(IPO)나 구주매출 이전 환매가 이뤄질 경우 중도에 투자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헤지펀드 입장에서도 투자기업에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상환 등을 청구할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자체가 준비한 펀드라면 모르겠지만 1호 펀드 흥행을 이유로 관 주도 펀드를 다시 만드는 것은 시장에 교란을 줄 수 있다”면서 “제2의 필승코리아펀드가 아닌 수익률 부진을 겪고 있는 제2의 코스닥벤처펀드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