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100일이 지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은 잇따라 대체처 발굴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품목 외 추가적으로 수출을 통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에 휩싸인 국내 중소기업이 '플랜B' 일환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모색한다.
7일 민관합동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22일까지 지난달까지 대체처 발굴 13건을 접수받았다. 반도체 공정, 전자부품, 화학소재 기업들이 주로 대체처 발굴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수출을 규제한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 소재 이외에도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기업이 대체처 발굴을 요청했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관계자는 “대체처 발굴을 위해 할당관세를 요청하는 기업도 있고, 외국계 기업이 한국 기업에게 소개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일본 정부가 직접 수출을 규제한 품목 기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기업에서 대체처 발굴 요청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정부와 전략물자관리원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외 일본 경제산업성이 직접 수출 통제를 하는 품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은 일본 지방사무소에서도 수출을 관리하는 다른 품목과 달리 일본 경제산업성이 일괄적으로 수출을 통제한다. 이 때문에 일본 경제산업성이 직접 수출을 관리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과 같이 수출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이 같은 형태 수출지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 수출을 규제한 것 이외에 추가 수출 지연이나 규제 신고는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서 수출이 지연됐다고 신고가 들어왔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일본 정부가 관여돼 있기 보다는 일상적인 거래 차원에서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까지 일본 정부가 나서서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는 일반화 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은 일본이 직접 수출을 규제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관련 기업이 아니더라도 플랜B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대체처를 마련하고 있다.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에 대체처 발굴을 신청한 A기업 임원은 “정부에서 관련 기업 리스트를 50곳 선정해서 공유했고, 현재 대체처가 될 만한 기업을 고르고 있다”면서 “(우리 분야는) 통상적으로 수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수출 규제는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대체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기계와 로봇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국내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산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 '방아쇠'를 당긴 이상 국내에서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면서 국내 로봇부품 기업에서는 오히려 사업 기회가 되고 있고, 당분간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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