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승우 국표원장 "신기술 홍수 시대, 호환성-성장성으로 국제표준 선점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910/1234223_20191017155855_322_0001.jpg)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나라 산업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 시장을 선도해야 합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4차 산업혁명 기술 흐름에 선제 대응하는 나침반을 적기에 만들어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기술과 신제품 홍수 속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표준 정책 수립과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표준을 대하지 말고 유연한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가 국제표준 제정을 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표원은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표준화 선도 전략을 수립했다. 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을 비롯해 산업정책과 연계한 표준화 로드맵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국표원은 국가표준, 제품안전, 시험인증, 무역기술장벽(TBT)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이다. 1883년 화폐 주조를 위해 설립한 시험분석소가 전신이다. 우리나라에 '표준'과 '품질'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품질관리를 위한 제도·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발전에 기여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2일 국표원장에 취임해 우리나라 표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이 원장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신산업 선점을 위한 표준 수립 경쟁 중요성도 커졌다. 세계 산업 판도는 신산업을 선점하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승자독식시장'으로 변모한다. 이 같은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우리나라 표준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 달 2일로 국표원장에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취임 1년 동안 어떤 정책을 추진했나. 대표 성과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표준화 선도 전략'을 수립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산업 간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융·복합 신산업이 등장하고 모든 사물이 사물인터넷(IoT)과 5세대(G) 이동통신 기술을 통해 연결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표준은 제품과 서비스 품질과 안전은 물론이고 호환성·성장성을 담보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치열한 표준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괄적인 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1월 국제표준 리더 간담회와 지난 2월 국가표준실무위원회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표준화 포럼과 협의체 등을 통해 각계각층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표준화 수요를 발굴하고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성장 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표준화 선도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6월 20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8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를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2023년까지 전기·자율차, 지능형로봇, 시스템반도체 등 혁신성장 산업분야에서 국제표준 300종을 개발해 전체 국제표준 20%를 선점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의장단을 60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국제표준 무대에서 우리나라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300-60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300-60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가
▲전기·자율차, 에너지, 지능형로봇, 스마트제조, 바이오·헬스, 드론, 스마트시티·홈, 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팜 등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10개 혁신산업 분야가 대상이다. 2023년까지 국제표준 300종을 개발하고 전체 국제표준의 20%를 선점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산업정책과 연구개발(R&D)의 표준 연계를 강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분야별 산업정책에 기반을 둔 국제·국가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수립해 산업정책 효과를 높이겠다. 그 첫 사례는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연계해 국표원이 마련한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이다. 로봇산업 발전방안과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뒷받침하는 표준화 전략 로드맵도 연내에 수립할 계획이다.
R&D와 표준화를 연계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국가기술은행(NTB)에 등록된 19만건 정부·민간 R&D 결과물 가운데 국제표준화가 필요한 기술을 선정해 표준화 아이템으로 발굴하고 표준기술력향상사업을 통해 국제표준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R&D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R&D 과제를 기획할 때 표준화 동향조사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한다. 또 국제표준 제정 실적을 보유한 연구자가 R&D 과제를 신청하면 우대가점을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이처럼 R&D와 표준화를 연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대거 도입할 예정이다.
국제표준화 협력 체계도 보다 강화하겠다. 혁신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기술을 주도하는 기술위원회(TC)를 ISO와 IEC 산하에 신설하고 올해 ISO 이사국 재진출을 계기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 독일, 중국 등 주요국과 표준협력 대화체를 구성하는 등 양자협력을 다각화하고 태평양지역표준화기구(PASC), 동북아표준협력포럼(NEAS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표준적합성소위원회(SCSC) 등 지역표준화기구에서도 양자와 다자 간 국제표준화 협력을 보다 확대하겠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도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서도록 표준 연구개발과 국제표준 제안, 국제표준화회의 참가와 국내 회의 개최 등 국제표준화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 표준 석·박사 양성 과정을 고려대, 중앙대, 부산대 등 국내 3개 대학에 운영해 2023년까지 100명 이상의 글로벌 기술표준 고급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ISO 이사국으로 활동한다. ISO 이사국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활동과 달라지는 부분은 무엇인가. 또 ISO 이사국으로 참여하면서 어떤 의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할 계획인가.
▲이사회는 ISO 표준화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국제표준은 ISO 산하 기술위원회에서 개발하지만 기술위원회 설립은 기술관리이사회(TMB)가 결정한다. 기술관리이사회를 포함한 ISO 모든 활동을 이사회가 최종 의결하는 구조다.
ISO 이사국에 진출하면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표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적이고 정책적인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ISO는 새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ISO 2030'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 전략은 세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발전에 부합하는 표준을 개발하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며 포용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목표다.
우선 이사회 활동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데 필요한 국제표준이 시의적절하게 개발되도록 ISO 2030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사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이해를 조정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개도국과 표준 협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신남방, 신북방, 중동, 아프리카로 우리 수출 시장을 넓혀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승우 국표원장 "신기술 홍수 시대, 호환성-성장성으로 국제표준 선점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910/1234223_20191017155855_322_0003.jpg)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각 산업에서 '탈일(脫日)'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표원에서도 예전부터 일본식 전기전자 용어를 순화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최근에는 표준물질 국산화 정책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국표원 차원에서 추진하는 관련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일본 수출규제 품목 중에서 국외 의존도가 높고 수요가 많은 표준물질 40품목을 우선 선정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 수요에 기반한 중장기 표준물질 개발계획 등을 수립해 소재·장비 산업이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이외에도 시험인증 신속처리 서비스 도입, 첨단소재 국제표준화, 품질유공자를 통한 기술이전도 추진한다. 지난달 일본산 대체 국산 소재·부품·장비 신속한 시장진출을 지원하는 시험인증 신속처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본산 대체 국내개발 제품 시험인증 의뢰 시 별도의 추가 부담 없이 시험기간을 최대 절반으로 단축하는 제도다. 현재 총 10개 한국인정기구(KOLAS) 공인기관이 자발적으로 신속처리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등을 포함한 3건을 신속처리했다.
미래산업 기반이 되는 첨단소재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첨단소재 표준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나노, 고분자, 세라믹 등 분야별 표준기술연구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중장기 소재 표준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국제표준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중소협력사에 기술 전수가 가능한 품질경영유공자 또는 국가품질명장을 파견해 품질경쟁력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하겠다.
-향후 국표원을 이끌면서 이루고 싶은 성과는 무엇인가. 국표원을 어떤 조직으로 만들고 싶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4차 산업혁명 가속화라는 새 도전에 맞서 혁신 성장을 지속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국표원 과제다.
우선 민관합동 표준협력체를 통해 시스템·서비스·데이터 중심 표준화 활동을 확대하고, 2023년까지 우리기술이 포함된 표준을 적극적으로 국제표준화해 신산업 분야 시장 확대를 지원하겠다. R&D와 표준 연계를 집중적으로 추진해 민간 표준화 역량 강화에도 힘쓰겠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가면서도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균형 있는 제품안전 정책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만족하는 선진국형 제품안전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 리콜조치 실효성을 높이고, 사전 예방적인 제품안전 활동을 강화하며 어린이 제품 안전관리에는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시험인증 분야에서는 종합 진단을 통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거나 불필요한 업무는 폐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겠다. 시험인증 산업을 새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해외 기술규제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합리한 규제에 대해서는 외국 정부와 적극 협상하고, 무역기술장벽으로 인한 수출업체 애로를 해소하는 상시 소통창구를 운영하겠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국제표준이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표준 활동에 산업계, 즉 기업 참여가 필수다.
국제표준 무대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대부분 학계와 연구소 소속이다. 반면 국제표준 선진국들은 기업 최고기술경영자(CTO)나 연구직 임원이 ISO와 IEC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젊은 기술자 시절부터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하며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세계 각국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기술위원회 의사 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제표준을 제정할 때 자국 이해관계가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국제표준 무대에서 영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긴밀한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정부와 민간 협업이 필수적인 분야다. 우리 기업도 내부에 표준 전문가를 양성하고 국제표준화 무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ISO와 IEC 산하 기술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술위원회 '컨비너' 등 임원직에도 대거 진출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이 노력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승우 국표원장 "신기술 홍수 시대, 호환성-성장성으로 국제표준 선점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910/1234223_20191017155855_322_0002.jpg)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은
1968년 출생한 이 원장은 1991년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상공자원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산업기계과, 유전개발과, 정보전자산업과, 철강화학과, 부품소재총괄과 등을 거치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주제네바유엔사무처 및 국제기구대표부 공사참사관과 국표원 제품안전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 KOTRA 외국인투자 종합행정지원센터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표원장을 맡아 조직을 이끌고 있다.
대담=양종석 미래산업부장
정리=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