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원활해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면서 “기업투자를 격려하고 지원하며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의 초점을 민간 투자 확대와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출을 통한 민생경제 활력 제고에 두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을 긴급 소집,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경제와 민생에 힘을 모을 때”라며 수출 기업 지원책 발굴을 지시했다.
지난해 12월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이후 문 대통령이 경제 관련 장관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들어 성장률 급락과 저물가, 수출·투자 부진 등 경제 위기 우려가 제기되자 민간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책 마련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안건은 최근 경제 동향 및 정책 방향, 고용 동향과 대응 방안, 주52시간제 현장 안착 추진 계획, 아프리카돼지열병 동향 및 대응 방안 등이 올랐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 경제를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런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일관되게 언급한 정부 재정 확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적극적 재정 확장 정책을 통해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막고 경기 반등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서 “이 같은 노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본 예산과 추가경정 예산을 철저히 관리, 이월·불용하는 예산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덧붙이는 등 정부가 시장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존 인식을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기업이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에 아주 좋은 소식이며, 이 흐름을 잘 살려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하강 국면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기업 현장을 연일 방문하며 직원을 격려한 행보도 이 같은 의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통령은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대대적 건설 경기부양 방침도 밝혔다. △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 공급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교육·복지·문화 인프라 구축과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또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소재부품장비 대책 마련 때처럼 부처 단위를 넘어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정책 노력을 통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최근 청년 고용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사후 브리핑에서 “고용 상황에서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가장 아픈 부분으로 지적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당부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 가운데 청신호를 보인 부분에 대해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상용직 근로자 수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 질도 개선되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와 함께 실업급여 수혜자와 수혜금액이 느는 등 고용 안정망도 튼튼해지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 1월 50~299인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 관련 보완방안도 논의됐다. 탄력근로제 개선 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입법 심의를 지원하고, 정부가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추가 보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 협조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삶을 개선하고 민간 활력을 지원하는 데 국회가 입법으로 함께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