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젊음을 가질 수 있다면 영혼까지 팔겠다.'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는 주인공 서동천(정경호 분)이 처지를 비관하다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 후 영원한 젊음과 능력을 보장받은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혼을 판 대가로 서동천은 50대 후반 나이에도 30대 외모를 유지한다. 그 젊음은 성공의 원천이자 타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실제로 현대 수많은 사람은 외형적, 신체적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을 관리하고 수술과 시술로 스스로를 가꾼다.
젊음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불로장생은 과거부터 존재한 인간의 오랜 욕망 중 하나다. 진시황은 수은을 불로장생 명약으로 여겼으며, 3000명이 넘는 신하를 시켜 불로초를 찾아 헤맸다. 클레오파트라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꿀과 당나귀 우유로 목욕을 했다.
젊음을 향한 욕망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17세기 독일의 화학자 안드레아스 리바비우스는 젊은이의 동맥과 노인의 동맥을 튜브로 연결하면 건강한 혈액이 전달돼 회춘할 수 있다고 여겼다. 혈액형 차이를 몰랐던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현대에 들어와 젊음 유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 분자 생물학자 캐럴 그라이더, 유전학자 잭 조스택은 텔로미어 기능을 연구하고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텔로미어는 그리스어 '텔로스(끝)'와 '메로스(부분)'의 합성어로 세포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 텔로미어는 DNA 끝부분에 있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 마다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수명 한계에 다다른다. 즉 텔로미어가 없어질수록 인체는 노화하는 것이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 것이 단백질 효소인 텔로머라아제다. 텔로머라아제는 DNA를 합성시키는 역할을 해 텔로미어를 만들어 감소를 늦추거나 더 나아가 되돌릴 수도 있다.
텔로머라아제를 활용한 의학계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안정성과 적용방법 등 추가 연구가 한참 진행돼야 한다. 현재로선 우리가 텔로미어 길이를 연장하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을 하고, 식단을 관리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영혼을 회수받고, 원래 본인 모습을 택하는 것으로 끝난다.
현실에서 우리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젊음을 추구하기보다 노화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매일을 더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체, 정신적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