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국내외 기관이 발표한 경제지표는 대부분 암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이 잇달아 한국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 'D(디플레이션) 공포'가 자주 회자된다. 수출은 지난 9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 갔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지표'는 단연 돋보였다. 8월 취업자 수 증가폭(45만2000명)이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9월도 34만8000명으로 선방했다. 정부는 일자리 지표가 발표된 당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모두발언에서 15~64세 고용률 '역대 최고치', 실업률 '2013년 이래 최저 수준', 청년고용률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수준' 등을 소개했다.
틀린 얘기는 없지만 '드러내지 않은 사실'이 많다.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할 연령인 3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모두 줄었다. 30대, 40대 모두 8월보다 9월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컸다. 그 대신 '65세 이상'의 취업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정부 재정을 투입한 '노인일자리' 사업 영향이 크다.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은 9월 취업자 수 감소폭이 6개월 만에 다시 10만명을 넘어섰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무려 18개월째 감소를 기록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다소 양호한 지표를 강조하고 싶은 정부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3대 고용지표 모두 크게 개선' '고용시장의 뚜렷한 회복 흐름' '고용 상황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개선 흐름' 등으로 긍정적 부분만 강조하는 것은 착시를 부른다.
정부가 균형 잡힌 시각·평가를 보여줄 때 국민도 정부를 믿고 활발하게 경제 활동에 나설 수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고용 상황이 좋다'는 정부 발표에 얼마나 큰 좌절감을 느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