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부개정' 무리였나…국회 문턱 못 넘고 사라질 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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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법률의 '전부개정'을 추진하면서 쟁점이 없는 사안마저 개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오래전 제정된 법률을 시대에 맞게 개선한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는 전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공정위가 전부개정을 추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모두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됐다.

공정위는 김상조 전 위원장 시절 대대적으로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을 추진했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래 38년 만의 첫 전부개정이다.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년여에 걸쳐 개정안을 마련, 작년 11월 국회에 발의했다.

야심차게 마련한 전부개정안이지만 1년 가까이 국회 무관심, 여야 간 이견으로 논의가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5월 말 20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폐기 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쟁점이 없거나 적은 사안'도 함께 사라질 상황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과도한 형벌규정 폐지' '피심인 방어권 보장' 등은 재계도 환영 입장을 밝힌 사안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정위 의지를 담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전자상거래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최근 문제가 불거진 '통신판매중개업' 개념을 없애겠다는 게 핵심이다.

2002년 전자상거래법 제정 후 16년 만에 첫 전부개정안이 마련됐지만 공정거래법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진전 없이 수개월 국회에 계류됐다. 전 의원은 지난 8월 개정안을 자진 철회하고 핵심만 떼어낸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무거운' 전부개정안으로는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가 오랜 기간 공들여 추진한 두 가지 개정안이 모두 처리에 난항을 겪으며 '전부개정' 형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래전 제정된 법률의 체계 전반을 개선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략이었다는 비판이다.

두 법안 모두 자동폐기 되면 내년 21대 국회 개원 이후 재차 발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임기가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공정위 의지가 담긴 법안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전부개정 형태로 추진될 때부터 '개정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일부라도 법률 개정에 성과를 내려면 현실성 있는 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