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역무는 2000년 도입 이후 손실보전금 산정 방식을 개선했지만 전체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통신 환경은 음성 중심 유선전화가 이동전화, 인터넷 전화(VoIP), 영상통화로 대체되는 등 달라졌다. 이동통신 보급률은 올해 6월 기준 109%로 유·무선 음성 발신통화량 90.5%, 매출액 93.3%를 차지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통신사 유선전화와 음성통화 수입은 지속 감소한다. 그러나 보편적 역무 제도는 유선·음성통화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탓에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 부담이 가중되고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지정을 넘어 보편적 역무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 변화 고려해야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 KT의 시내전화 수익 변화를 살펴보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2000년 KT 시내전화 가입자수는 2156만, 매출액은 6조7000억원,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은 2만5897원이다.
그러나 2018년 가입자 수는 1156만으로 46%, 매출액은 9500억원으로 86% 감소했다. ARPU는 6848원으로 74% 줄었다. 시내전화 원가보상률(수익/비용)은 지속 하락해 2010~2018년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4조원 수준이다.
KT는 시내전화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 역할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밝혔다.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6년 KT 시내전화 영업손실액은 약 6264억원인데 반해 손실보전금은 164억원에 불과하다. 손실보전이 적자 발생이 큰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KT는 이 같은 상황에서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마저 담당할 경우 부담이 더 커질 게 자명한 만큼 보편적 역무 제도 개선은 물론 충분한 초고속인터넷 손실보전율 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내전화는 근본적으로 유선-모바일-VoIP 간 통화호 유형별로 과금 체계와 과금 단위(10초·3분)가 달라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통화료 과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초 단위 과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정 사업자에 불리해서는 안돼
보편적 역무 제도개선 필요성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선전화는 활용도도 떨어지고 다른 대체물이 많이 생겼다”면서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데 편익보다 비용이 큰 만큼 유선전화 중심 보편서비스 정책 발향을 바꿀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원기 과기정통부 차관은 “보편적 역무가 과거 음성전화 중심일 때 만든 제도로 KT가 독점사업자일 때 체계가 구성됐다”면서 “세계적으로도 (개선 검토를) 시작했는데 우리도 다시 한번 검토를 하겠다”고 답했다.
단기간에 전면적 제도 개선은 어렵다. 전문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All-IP, 5세대(5G) 이동통신 등 서비스 환경 변화를 고려한 미래지향적 보편적 역무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간 유지된 유선·음성전화 중심 보편적 역무 유지 필요성, 가능할 경우 PSTN(구리선) 전화의 VoIP 대체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동시에 보편적 역무의 안정적 유지와 효율적 운영, 사업자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도 요구됐다.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보편적 역무 관련 기금을 조성해 보전기금으로 활용하고, 전담기관을 설립·운영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보편적 역무의 안정적 유지와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원 방식이 특정 사업자에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또 시장과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동시에 기금조성 등 정부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KT 시내전화 가입자, 매출액, ARPU 변화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