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실명 밝힌 SNS도 악플 부지기수...문제의식 없는 게 문제

인터넷실명제가 다시 추진된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설리 사태를 계기로 '악플' 근절 대책 중 하나로 부상했다. 국회가 나서고 정부가 지원한다. 효과는 미지수다. 대신 국내 기업과 사용자에 부담이 지워지는 '역차별'과 사회적 논란은 자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대해 “법령을 검토하고 있으며, 법안이 발의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가 인터넷실명제를 적극 도입하려는 것은 여론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뉴스 댓글 등에 실명을 노출하자는 청원이 22일 현재 2만명 넘게 동의를 얻었다. 박대출 의원 등은 인터넷 게시글 작성자 ID와 IP를 모두 노출하는 '인터넷준실명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이미 대부분 실명제 기반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되면 악플은 근절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운영되는 주요 포털은 인터넷실명제에 준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및 구글은 회원가입시 휴대폰을 통한 인증을 거친다. 이들 서비스는 로그인한 사용자에게만 게시글을 쓰거나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소셜 로그인 계정도 인증 단계를 둔 서비스만 가능하다.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을 뿐 가입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장치를 가입단계부터 둔 것이다. 사용자가 휴대폰 정보 등을 도용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시민 대부분이 실명을 기반으로 주요 포털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실상 완전 실명제 기반으로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주요 커뮤니티 역시 상당수는 아이핀(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 등을 통해 사실상 실명인증 하에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운영한다. “익명 기반 서비스여서 악플이 많다”는 주장은 근거가 충분치 않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실명제를 법제화한다면 인증장치가 없는 군소 서비스들에 이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게시글 작성 시 실제 본명을 웹상에 노출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포털과 주요 서비스에서는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표면적으로는 별로 바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효과에 비해 부작용은 비교적 명확하다. 유튜브는 2007년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본인확인제도)가 시행되자 한국에서 영상 업로드와 댓글 기능을 막았다. 기업 뿐 아니라 사용자들도 차별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법은 2012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유사 법을 다시 추진해도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차별·혐오발언에 대한 처벌 높이고 인식 개선해야

효과가 미지수고 부작용이 뚜렷한 인터넷실명제보다 일명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처벌수위를 높이거나 인터넷 리터러시 교육 등 캠페인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인터넷실명제는 한 차례 시행으로 한계를 경험했다”면서 “인터넷 사용이 발달하고 정치적 이슈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한국 특수성을 감안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70조에서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초범은 대부분 100만원 안팎 벌금을 받거나 기소유예되는 것이 현실이다.

차별금지법은 혐오표현과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07년, 2010년, 2012년 총 3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불발됐다. 종교계 일부에서 '동성애 반대' 주장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는 '리터러시' 교육 확대도 중장기 대안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7월 학교 미디어 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디어를 책임감 있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취지다.

성 교수는 “(인터넷과 미디어 오남용에 따른) 피해가 공인에서 일반인까지 광범위해지는 추세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보편적인 세계 흐름을 참고하되 현행법 안에서 집행력과 처벌 수위는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표>인터넷실명제, 차별금지법, 인터넷·미디어리터러시 효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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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