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CEO]이재만 하나텍 CEO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야"

이재만 하나텍 대표. <사진=하나텍>
이재만 하나텍 대표. <사진=하나텍>

“최근 시스템반도체 다양화와 기능 고도화로 디자인하우스의 역할 변화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설계 업체 업무를 일부 지원하는 '용역' 업체에서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야 합니다.”

최근 경기 화성시 소재 하나텍 사옥에서 만난 이재만 대표는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 업체와 반도체 제조 공장인 파운드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회사다. 설계 회사들이 건물을 짓기 위해 청사진을 설계하면 디자인하우스는 건물에 들어갈 수도 설비, 방열 장치 등 구체적인 설비를 들여놓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대형 반도체 설계 회사들은 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서비스를 직접 받는다. 그러나 중소 설계 업체에까지 대형 파운드리 업체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면서 이들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독립적인 디자인하우스 업체가 맡는다.

이 대표는 앞으로 디자인하우스가 단순한 용역 역할을 하는 회사에서 설계의 다양한 과정을 컨설팅하는 '토털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제품 고도화로 설계 업체들이 모든 설계 과정에 관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면서 “설계 업체들은 제품 기획과 설계에 더욱 집중하고, 디자인하우스는 제품 완성까지 단계별 협업으로 생산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또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디자인하우스가 '규모의 경제'를 시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도 역량 있는 디자인하우스 업체가 많이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 기존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디자인하우스 업체 간 인수합병(M&A)이 적극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국내 업체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라면서 “영세 업체들이 M&A에 본격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나 기관 투자가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구상을 직접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최근 하나텍은 국내 디자인하우스 실리콘하모니를 인수했다. 국내 비상장 디자인하우스 업계에서는 첫 사례다. 오는 11월부터 매출이 갑절 이상 늘어나고, 50여명인 현재 인원에서 75명 수준으로 증가한 디자인하우스 업체가 된다.

이 대표는 “실리콘하모니가 쌓은 솔루션 역량을 더해 시스템반도체 업체의 요구에 대응할 방침”이라면서 “TSMC의 디자인하우스 파트너사인 글로벌유니칩(GUC) 이상의 경쟁력 있는 솔루션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하나텍은 국내 삼성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5개사 가운데 하나다. 국내 시스템반도체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만큼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 목표는 디자인하우스가 성장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면서 “역할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