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식품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글로벌 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K-푸드' 인기 품목으로 자리잡은 '비비고 만두'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김 육성에 집중하는 것. '김=건강스낵'이라는 인식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며 세계인들의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국내 및 해외 김시장에서 2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글로벌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돌파하며 'K-푸드 세계화' 대표 품목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해상사 인수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비비고', '애니천' 등 대표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확대에 집중한 결과다.
실제로 글로벌 김 매출은 2015년 170억원에서 지난해 27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 인수한 삼해상사의 자체 브랜드 '명가'와 PB제품의 글로벌 판매성과까지 더해져 135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에서 3배가 넘는 매출신장이 기대되고 중국 매출도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도 판매가 급증해 6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김 사업 강화를 위해 대륙별 생산거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캘리포니아에 김 전문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이 공장은 내수 시장은 물론 향후 북미와 남미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핵심 국가인 베트남에서도 생산기지 확대에 한창이다.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김 생산설비를 투자, 현지인 입맛에 최적화된 '비비고 김'과 '비비고칩'을 생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3배 규모로 늘리고 있다. 연간 50톤 규모의 생산량을 150톤으로 확대하는 증설 투자다. 중국에서도 2년 전부터 '비비고 칩'을 생산하며 시장 지배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독보적인 연구개발(R&D)역량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김 블렌딩을 통해 제품에 최적화된 마른김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자체 개발로 특허 출원한 향미강화기술과 가스직화구이기술로 김 본연의 맛과 바삭한 식감을 구현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췄다. 현지인들의 식문화와 입맛을 고려한 현지화 제품으로도 차별화 시켰다. 지난해 3명에 그쳤던 김 연구원도 6명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CJ제일제당 김의 폭발적인 인기 이유는 미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칼로리는 낮고 영양은 풍부한 김이 웰빙 간식을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이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수를 띄운 점도 주효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와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애니천 유기농 김/김스낵' 제품을 꼽을 수 있다. 참기름, 와사비, 씨쏠트 등 다양한 맛으로 선보인 이 제품은 월 평균 10억원 이상 팔릴 정도로 히트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저칼로리 건강·웰빙 스낵으로 김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2010년 1억달러 수준이던 김 수출액은 지난해 5억2555만달러로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 해양수산부도 2024년까지 김 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49개국이던 수출국가도 2007년 49개국에서 지난해 136개국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동양에서만 주로 먹던 해조류가 건강식품으로 인정되며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2006년에 김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0년 미국에 조미김을 수출하며 글로벌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성(2011년)과 삼해상사(2018년)를 인수했다. 특히 국내 최대 김 전문기업인 삼해상사 지분 인수로 김 사업의 핵심역량을 극대화하며 본격적인 김 세계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삼해상사는 매출의 70%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경쟁력 있는 업체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