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가 고객 음식을 도중에 편취하는 이른바 '배달거지' 이슈가 확산되면서 피해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기사의 일탈행위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 재생산돼 선량한 기사가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일선 기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과거 음식 편취 사례까지 끌고 와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상황이다. 배달 현장에서 심리적 위축을 겪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기사 공급이 부족한 현재는 배달기사가 횡포를 부려도 음식점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퍼지기도 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산업 구조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배달대행 업체 수십 개가 난립한 상황이다. 만약 음식점이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면 업체를 바꿔버리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배달대행사 입장 역시 비슷하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서비스가 나쁘다는 소문이 돌아 계약이 해지되면 지사장과 라이더도 콜이 줄어 손해”라며 “산재보험이나 표준계약서 등 더 중요한 배달산업 문제가 많은데 자극적인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기사 일탈 행위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다. 기사 수급 부족 문제가 가장 크다. 배달대행 비용을 올려 기사 수급을 충당하면 음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정 업체가 선도적으로 기사 블랙리스트나 평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 관계자는 “특정 업체만 블랙리스트를 도입하면 급격한 기사 유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업체 통합망을 운영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현재로서는 안심스티커나 교육 강화 외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 택배산업처럼 법제화를 통해 거름망을 구축해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정훈 위원장 역시 “플랫폼 노동 산업의 내적 모순이기도 하다. 대행업체의 지적이나 교육이 기사에게 이뤄진다면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이 돼 버리는 문제가 있다”며 “기사를 저렴한 인건비로 부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에서 발생한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음식점 업주와 배달대행 기사 간 갈등 문제를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통상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사는 같은 음식점에 반복 출입하게 되는데, 점주와 관계가 원만할 경우 배달 중 사고가 적다. 반면 배달 기사를 백안시하고 하대하는 점주 태도는 일탈 행위를 유발할 동기가 된다. 소위 기사들의 '골탕 먹이려는' 심리가 더해져 사고 비율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한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업주와 사이가 얼마나 안 좋았으면 음식에 손을 댔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며 “과도하게 시간을 재촉해 사고를 유발하는 업주, 비오는 날씨나 추운 겨울에도 '냄새 난다'며 매장 밖에서 대기하게 하는 업주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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