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르쌍쉐' 내연기관차를 버려라

[기자수첩]'르쌍쉐' 내연기관차를 버려라

분명한 위기다. 글로벌 수요 감소 및 경쟁 심화로 현대·기아차와 같은 글로벌 거대 자동차 기업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르노삼성차' '쌍용차' '쉐보레(한국지엠)' 3사의 위기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판매가 줄다 보니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적자가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회사 입장은 어떨까. '다른 국가보다 생산 비용이 높아서' '노동 유연성이 부족해서'라고 변명하기 바쁘다. 그러나 단순히 생산성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더 근본적 원인을 추적하면 이들이 개발·생산한 자동차가 많은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3사가 개발·생산한 차량 가운데 국내외 시장에 동일 차급을 압도하는 차종이 있을까. 다른 브랜드와 완전히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나 앞선 이미지도 없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매년 전기차는 급속도로 늘고 있고, 스스로 차로까지 변경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신차가 도로를 누비고 있다. 연구개발(R&D)보다 판매가 시급한 3사에 갈수록 불리한 상황이다. 미래차 시대에 대응할 매력적인 신차를 만들지 못하면 앞으로 3사는 본사의 하청 기지 역할에 머물다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해법이 있을까. 연간 생산량이 10만대에서 40만대 수준에 불과한 3사가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기존 내연기관차를 과감히 포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은 생산 규모가 적은 만큼 빠른 전략 수정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전문 제조사로 전환한다면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3사의 R&D 능력과 국내 산업 인프라를 글로벌 본사가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3사는 본사로부터 해마다 여러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배정받아 R&D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차 후방 산업인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전장부품 분야에서도 한국은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의 R&D 능력과 인프라를 잘 활용한다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는 신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근로자, 주주, 정부,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 몫으로만 넘기지 말고 국가 차원의 기술 투자,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생존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