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책협의체를 정례화, 방송통신 업무 갈등을 줄이고 업무 공백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맞는 규제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 방송정책 공론화 기구 신설을 추진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아울러 가짜뉴스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기보다 전문 민간기관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9월 9일 취임 이후 6일 첫 간담회에서 방송통신 주요 정책방향을 공유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업무가 중복되는 유관부처와 협력해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와 관련, 과기정통부와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양 부처는 5일 방송통신 현안을 논의하는 차관급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부처간 갈등의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정책협의체를 정례화해 업무가 겹치는 영역의 관할을 주장하지 않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방송과 통신 영역이 급격히 허물어지는 융합 시대를 맞아 '중장기 방송정책' 수립 필요성도 피력했다. 기존 칸막이 규제는 실효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규제는 산업 성장마저 가로막는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규제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OTT가 등장하면서 방송인지 통신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어떤 법률로 다룰지 알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중장기적인 방송산업 전반에 대한 고민을 국민과 함께 해나가기 위해 공론화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ICT 업계 최대 현안인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기업간 사적계약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슈가 확산하고 여론이 형성된다면 글로벌 기업도 이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위원장은 과도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데도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공지능(AI) 출현으로 열릴 지능정보사회 역기능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중소CP나 중소PP 등이 불필요한 규제로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모조리 찾아내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을 과감하게 철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가짜뉴스 심각성은 공감하지만 정부가 가짜뉴스를 판별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 두 달여간 가짜뉴스를 주제로 운영한 전문가 회의 결과가 바탕으로 가짜뉴스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팩트체크(사실확인)'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전문적인 민간기관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한 위원장은 “우리나라 팩트체크 수준이 초보적이라 필요하다면 새로운 팩트체크 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방통위가 운영하는 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 부문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