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오픈뱅킹 시범사업 기간에 이체 수수료(타행→타행)를 건당 500원씩 부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모든 은행이 오픈뱅킹 취지에 맞게 이체 수수료 무료화를 선언한 것과 대조된다. 일반 스마트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보다도 비싸다.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농민이나 노령층 고객을 볼모로 안일한 영업을 했다는 지적이다.
오픈뱅킹 서비스 은행 가운데 농협은행만이 유일하게 '타행→타행' 이체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당 500원으로, 오픈 뱅킹 서비스 개시 이후 약 183만 계좌가 등록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 고객에게 이체 수수료를 받은 셈이다. 가령 농협은행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해 국민은행 계좌에서 하나은행으로 돈을 보내려면 500원 수수료를 내야 한다. 농협 계좌를 거치지 않는 타행에서 타행으로 계좌 이체 시 모두 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앞서 KB국민, 신한, IBK기업 등 모든 은행은 '오픈뱅킹 계좌 등록 시 이체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오픈뱅킹 도입에 따른 고객 이탈 방지와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수수료 제로를 추진했다. 오픈뱅킹 타행→타행 계좌 이체가 되지 않는 은행도 12월 안으로 계좌이체 서비스를 연동할 방침이다. 모두 무료화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이체수수료를 농협은행이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용자가 상당수다. 노령층이나 디지털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중장년층 반발이 예상된다.
오픈뱅킹은 모든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개별 은행과 별도의 제휴 없이도 신규 서비스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조회, 이체 등 핵심 금융 서비스를 표준화해 오픈API 형태로 제공하는 은행권 공동 인프라다. 그동안 은행이 핀테크 기업에 막대한 펌뱅킹 수수료를 받아 왔고, 이 수수료를 낮춰 금융 서비스 혁신을 하자는 게 오픈뱅킹의 취지다. 특히 기존 펌뱅킹 부문에서 가장 많은 수수료 수익을 올린 곳이 농협은행이다.
농협중앙회 산하 농·축협 지역조합 계좌를 보유한 수백만 명 고객이 타행 계좌 조회 등 서비스 제한을 받고 있어 농협 이용자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오픈뱅킹 이용 대상을 금융기관(은행)으로 한정하면서 상호금융(특수기관)인 농협중앙회 소속 농·축협 지역조합 계좌 이용자는 오픈뱅킹 서비스 일부를 받을 수 없다.
농협상호금융은 콕뱅크라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상호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은 오픈뱅킹 자체를 이용할 수 없다. 콕뱅크 이용자는 10월 기준 516만명에 이른다. 지역 농민이나 중장년층이 많다. 농협은행과 농협 상호금융을 같은 곳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어서 대거 이탈 가능성도 있다. 오픈뱅킹이 오히려 디지털 소외 계층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농협은행은 “수수료 부과 문제에 대해 내부에서도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와 즉시 무료로 전환했다”면서 “시범사업 기간 동안 받은 수수료는 모두 농협은행 이용고객에게 이벤트 등을 통해 환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서민을 대표하는 은행으로서 고객이 오픈뱅킹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