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등 데이터산업 선진국과 우리나라 산업 간 격차가 5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기업의 80%는 고의로 개인정보 유출 시 강력한 처벌에 동의한다며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데이터산업협회와 전자신문은 최근 '데이터 3법 통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62.5%는 우리나라 데이터산업 격차가 선진국과 비교해 5년 이상 벌어졌다고 답했다.
데이터경제 실현과 산업 육성을 위해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 관련 정부·여당 개정안이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여당 의원입법으로 일괄 발의된 3법 개정안 모두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묶여 있다.
데이터 기업은 산업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 80.2%가 개인정보를 고의로 유출한 기업에 타격이 될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동의했다. 시민단체 등이 우려하는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활용과 유출 위험에 적극 대응하고 법적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현행법상 금융·통신·유통 등 기업 내 가용 데이터가 있는 대기업은 섣불리 관련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 데이터 가공이나 가명정보 개념을 명시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개인정보 오남용 문제로 법 위반 소지가 있다. 문제 시 기업 신뢰도와 이미지, 매출 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기업 가운데 약 98%는 '데이터경제 실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데이터 3법의 주요 내용인 가명정보 개념 도입과 거버넌스 일원화 등 내용도 각각 95.2%, 90.5% 찬성했다.
업계는 정부 정책 집행, 의지와 별개로 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부터 제도 완비를 위한 법 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법 개정이 지연되면 유럽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사업에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이뤄져야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적정성 심사를 받을 자격이 부여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1일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바로 시작하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면서 “과거 개인정보 유출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고의로 저지른 범행이 아닌 경우에도 해당 기업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고위 임원을 비롯한 관계자 처벌, 과징금 부과 등 악재도 발생했다”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법 개정 없이 기업 데이터사업 참여와 산업 성장은 요원하다. 이달 국회 상임위별 법안소위가 마지막 기회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심사하는 행정안전위원회는 14일과 19일 등 법안소위를 네 차례 열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통과 직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다.
데이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경제 패권을 다투고 있지만 최근 3년 동안 한국 데이터 산업은 달리기는커녕 걷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법 개정을 기다리다 지친 기업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을 거듭하는 등 불필요한 국력이 소모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하루 빨리 이뤄지도록 국회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