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수능뿐만 아니라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의과대학은 소수 상위권 학생이 진학하고 싶어 한다. 수십년 동안 그리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 기조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엘리트 계층으로 불리는 집단이다. 의사가 창업으로 몰리면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유명한 벤처투자 전문가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만큼 우리 의료계는 인재가 몰리는 분야이고, 실제 우리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의료 산업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미국 등 의료 선진국이 병원 기술 사업화로 천문학적 매출을 올리는 것과 대비된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병원 자회사 설립과 기술 이전 등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일부개정안 등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뤄질 지도 미지수다. 여전히 병원 자회사 설립이 영리병원 허용으로 이어진다거나 재벌에 의한 의료 지배가 이뤄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에 가로막혀 있다.
우리나라 병원은 외부 투자 유치는 물론 기술 사업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술 사업화를 위한 자회사 설립이 어렵고, 자회사를 세워도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하지 못한다. 학교법인 소속 병원이 제한적이나마 설립 가능하지만 수익은 병원이 아닌 대학으로 흘러간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마저 막대한 자본으로 병원을 기술 사업화 산실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정반대 행보다.
환자 진료에 의존하던 병원이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한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병원 경쟁력 제고는 물론 개선된 의료 서비스와 기술이 환자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우려되는 사안은 그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