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경제 상황 진단 보고서에서 8개월 만에 '부진'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표한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3분기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그린북에서 처음으로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수출을 '부진하다'고 평가한 이후 처음으로 그 표현을 제외시켰다. 생산과 소비는 '증가세', 수출과 건설투자는 '감소세'로 평가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그동안 수출 및 투자의 부진의 지속이라는 표현을 7개월간 지속했는데, 그보다는 여기에서 쓴 표현인 3분기 생산·소비증가세 증가하지만 수출과 건설투자는 감소세가 이어진다는 표현이 우리 경제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부진 평가도 (수출과 투자) 특정지표에 대한 것이었는데, 특정지표에 대한 평가를 경제 전체에 대한 평가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어 그렇게 계속 가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며 “직접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쳤거나, 일부 지표가 부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아니며, 수출과 건설투자가 감소해 우리 경제 성장을 정상적인 잠재성장경로(연 2.5∼2.6%) 밑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수출·건설투자 감소의 배경으로 대외여건 악화를 지목했다. 그린북에서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계속되고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 및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회복 시기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경제지표로는 9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2.0% 증가했으나, 서비스업생산은 1.2% 감소하면서 전산업생산은 0.4% 줄었다. 지출은 소매판매와 건설투자가 각각 2.2%, 2.7% 감소한 반면, 설비투자는 2.9% 증가했다.
수출은 중국 등 세계경제 둔화와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영향으로 10월 중 14.7%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었다.
10월 소비자심리와 기업심리가 동반 상승했고, 9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1포인트(P) 올랐다.
고용이 지표상으로 가장 높은 개선세를 나타냈다. 10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41만9000명 늘었으며, 실업률은 0.5%P 내렸다.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 물가에서 벗어났다.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10월 초부터 상승했으며 환율은 10월 들어 하락세(원화 강세)에 들어섰다. 주택 시장은 10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각각 0.12%, 0.09% 올랐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남은 기간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과 정책금융 무역금융 집행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또, 민간활력을 높여 경기 반등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과제를 적극 발굴,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예정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