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이 소프트웨어(SW) 업계 대기업과 체결한 동반성장 양해각서를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도모하려했으나 이 역시 협조가 어려워지면서 보류했던 중기 적합업종 신청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공공 SW사업에 대기업 저가 입찰이 이어지면 대·중소기업 간 갈등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18일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이사장 한병준, 조합)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응용 SW 개발 및 공급업 동반성장 양해각서 파기' 공문을 전달했다.
조합은 1981년 설립, 350여개 중소 SW기업과 IT서비스 기업이 소속된 단체다. 조합은 5년 전 '민간이 발주하는 5억원 미만 단일계약건'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을 추진하다 철회했다. 당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재자로 나서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양해각서를 체결하도록 이끌었다. LG CNS, SK주식회사, 롯데정보통신, 삼성SDS, 신세계아이앤씨, 한화시스템, 현대오토에버가 대기업 대표로 참여했다.
양측은 △대기업과 중기단체 간 상생협력 위한 인력양성, 마케팅, 투자, 정보공유 △공정 경쟁 환경 조성 △공동 브랜드 확대 △'SW 상생협의회' 구성해 정기적 협력방안 논의 등을 약속했다.
조합은 앞서 8월, 철회했던 중기 적합업종 신청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SDS가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서 낙찰 하한율 수준인 80% 수준을 제출해 사업을 수주하면서 대기업이 동반성장,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했다고 비난했다. 조합은 중기 적합업종 신청에 앞서 동반성장 양해각서를 파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단 보류했다. 대기업이 다시 접촉해와 대화와 상생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간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조합은 더 이상 대기업과 협력을 불가능하다고 판단, 양해각서 파기 공문 전달과 함께 중기 적합업종 신청도 준비한다.
조합 관계자는 “양해각서 체결 내용 관련 실행된 상생방안이 전무하고 최근 내부거래(계열사) 완화 협력 요청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대기업 태도 변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서 “양해각서는 더 이상 실효성 없다고 판단해 파기하고, 당초 계획했던 중기 적합업종 신청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8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5억원 미만 단일계약건(IT서비스·SW사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 동안(이후 3년 추가 가능) 대기업은 민간이 발주하는 5억원 미만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조합이 중기 적합업종 신청서를 제출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실태조사, 업종 해당 여부 등을 검토해 6개월 내 결과를 발표한다.
조합이 동반성장 양해각서 파기, 중기 적합업종 신청 등 대기업 비우호적 태도로 바뀐 것은 저가 입찰 이유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뿐 아니라 최근 공공 대형 사업에서 대기업 저가 입찰을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면서 “업계가 치킨게임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 저가 입찰을 자제하고, 제도적으로 낙찰 하한율을 현행 80%에서 90% 이상으로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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