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고독의 시대다. 수십 년 전 젊은 세대의 친구 숫자는 평균 7명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 친구 숫자는 1.2명이다. 젊은 세대가 온라인 게임 때문에 친구를 못 사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성세대는 게임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게임사 CCP게임즈 힐마 페테루손 대표는 오히려 게임이 현실 인간관계를 탄탄하게 엮어 준다고 설명했다.
친구를 사귀는 것에는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은 세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물리적 거리가 얼마나 먼지,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만날 때 얼마나 강렬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지다.
페테루손 대표는 “게임 속에서 물리적 거리와 빈도는 의미가 없다”면서 “'이브 온라인'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함께 게임을 즐기고 서로 도우면서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해 간다”고 말했다.
'이브온라인'은 2003년에 출시된 우주 SF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현재까지 서비스되고 있다. 전 세계 누적 가입자는 40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9월 펄어비스가 인수했다. 올해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임 내 다양한 콘텐츠, 독특한 세계관, 거대한 경제 시스템, 이용자 커뮤니티 등으로 주목받는다.
이용자는 게임 속에서 서로를 돕고 교류한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추억을 만들고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무역, 전쟁, 탐사 등에서 다양한 성취를 이룩한다.
페테루손 대표는 게임 내 성취가 실제 삶의 개선으로 연결되는 사례를 자주 봤다. 게임 내 성취로 얻은 자신감과 기술이 기반으로 작용했다. 게임 내 핵심이 되는 이용자가 모인 집단은 현실 세계와 동일한 행태를 보인다. 각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각자 역할을 한다. 스프레드시트 작성이나 경영, 무역 전략을 짜는 사람이 존재한다. 현실 세계에서도 게임 내 경험을 살려 전문가가 되는 사람이 나온다.
게임 영향력이 현실에서 영향을 발휘하면서 이용자는 게임 밖에서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더 나은 현실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다양한 도움을 제공한다.
패테루손 대표는 “게임 밖에서 만난 이들의 결혼 주례를 봐 준 적도 있다”면서 “가상세계 경험이 현실의 삶을 개선하는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고 말했다.
16년째 서비스되고 있는 '이브온라인'에는 모든 콘텐츠를 즐긴 이용자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게임을 떠나지 않는다. 다른 이들과 관계라는 무엇보다 강력한 콘텐츠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 행정·입법에서 미래 사회를 설계함에 '이브온라인'에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다.
페테루손 대표는 “오늘날 게임은 외로움을 없애는 출구 역할을 한다”면서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군중 속 고독의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페테루손 대표는 “많은 사람이 게임 중독 이야기를 하지만 긍정적 효과를 많이 보았다”면서 “이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