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한 건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국내외 인터넷 역차별 문제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경고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망 무임승차를 통신사업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망 무임승차 문제가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전체에 미치는 해악이 얼마나 지대한 지 직시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망 무임승차, 임계점 도달
SK브로드밴드 내 넷플릭스 트래픽은 2017년 초와 비교, 15배가량 증가했다. 내년 말에는 40배에 이를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를 수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국제망 용량을 증설했다. 국내망 용량을 증설했음은 물론이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외 망 증설 비용 분담을 위해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협상을 9차례나 요청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모두 거절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내 SK브로드밴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를 무상 설치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국내망 트래픽을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근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인터넷 산업 초기에는 CP가 많아야 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어 통신사업자(ISP)가 CP 망 이용대가를 낮춰주거나 면제해주는 게 이익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동통신과 인터넷 모두 가입자 포화상태라 ISP는 트래픽 전송 비용만 증가할 뿐 가입자 증가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로벌CP 망 무임승차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속도로 트래픽이 증가할 때 모든 비용을 ISP가 부담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국내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CP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CP 비용 분담해야
글로벌CP 망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복병은 국내CP다. 상호접속고시 등 망 이용대가 관련 제도 개선 작업에서 글로벌CP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CP가 구글 등 글로벌CP 손을 잡고 국내 망 이용대가 체계 전반을 흔드는 것은 '소탐대실'로 평가된다. 당장은 망 이용대가를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글로벌CP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CP의 가장 큰 고민은 글로벌CP와 경쟁이다. 글로벌CP와 경쟁은 생존이 달린 문제다.
그런데 상호접속고시를 2016년 이전으로 돌리는 것은 글로벌CP와 생존경쟁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CP 망 이용대가 부담이 일부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CP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지 않는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내CP 망 이용대가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단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망 이용 단가가 내리더라도 트래픽 총액이 급증하면 결국 망 이용대가는 평균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CP가 글로벌CP와 손잡고 망 이용대가 체계를 흔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내CP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ISP 망 부담까지 가중하는 이중의 문제점을 노출한다.
문제의 본질은 통신망 구축과 유지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고, 이용자 요금만으로는 이 같은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국내 통신망 트래픽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글로벌CP가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현 통신망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떤 대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