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 '김세연 후폭풍'은 발생할까. 김세연 의원이 지난 1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을 '역사의 민폐' '좀비정당'이라고 비판하며 해체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중진의원들은 처음엔 당혹해 하다가 이제는 불쾌감을 내비친다.
정우택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 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내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 당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중진은 꿈쩍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유는 한국당의 기반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 영남 지역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이 지역에서 당선됐다. 지역 민심에만 매몰돼 전체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당을 쇄신하지 않아도 TK와 PK에서는 '어차피 당선은 자유한국당'(어당한)이 될 것이란 믿음까지 있다.
한국당에는 '험지'에서 살아남은 인재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들의 당내 목소리도 크지 않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한국당 의원은 상반기부터 '쇄신과 혁신'을 주장했다. 이대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가득했다.
수도권 지역 의원은 “광화문이나 중앙당의 메시지를 그대로 지역구에 갖고 갈 수가 없다. 민심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조국 사태 때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할 5선 의원이 오히려 '삭발'을 하며 '충성경쟁'을 했다”고도 꼬집었다.
서울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 명은 기자에게 “서울에서 한국당 민심이 좋지 않다. 내 명함을 받고 나서 눈앞에서 찢거나 명함에 침을 뱉는 일도 겪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초등학교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이 어머님들이 내가 한국당인 걸 몰랐을 때와 알았을 때의 시선이 달라지더라”라며 실토하기도 했다.
전체 민심을 읽으려면 수도권 의원과 당협위원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당이 김 의원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제대로 쇄신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승리는 어렵다.
선거에서는 언제나 중도와 무당층을 끌어안은 당이 승리했다. 그러려면 쇄신밖에 답이 없다. 개혁 보수 노선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한국당의 21대 총선은 필패로 끝날 것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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