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소재·부품 연구성과]<下>'알파입자' 관측으로 반도체 오염 예방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소재·부품 산업 현장에 활용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기초과학 연구로 시작했음에도 이 같은 성과가 늘어나면서 산업 분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IBS 산하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 성과를 활용한 반도체 소자 평가 분야가 특히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용으로 고안한 '알파입자 측정기술'이 반도체 소자 환경 오염도를 확인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알파입자 검출기 모습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알파입자 검출기 모습

알파입자 측정기술은 당초 우주 탄생 비밀을 밝혀내는 암흑물질·중성미자 검출을 위한 부수기술이었다. 검출기와 이를 활용한 검출 작업이 알파입자에 영향 받는 것을 막으려고 고안했다. IBS는 알파입자 측정 분야에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력과 시설을 갖췄다.

알파입자는 우라늄에 시작점을 둔 '붕괴사슬' 물질에서 방출하는 미세 입자다. 우라늄은 시간이 흐르면서 방사능 강도가 약해지는 '방사능 붕괴'를 겪으면서 라돈, 토륨 등 다양한 방사능 물질로 변화하는데 이들 모두 알파입자를 내뿜는다. 문제는 이들 방사능 물질과 알파 입자가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소자 역시 마찬가지다.

알파입자는 노이즈를 발생시켜 소자 기능 장애인 '소프트 에러'를 유발한다. 특히 반도체 소자는 최근 급격한 집적화를 이룬 탓에 알파입자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어, 많은 기업이 IBS 지하실험 연구단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하실험 연구단은 지난해 중순부터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소자 샘플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과 소재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10여건 요청 사항을 수행, 반도체 소자 불량률 감소와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사진 오른쪽)이 측정 결과를 살펴보는 모습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사진 오른쪽)이 측정 결과를 살펴보는 모습

하창현 IBS 지하실험 연구단 연구위원은 “기초과학 연구가 산업 분야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기쁜 일”이라며 “이 때문에 기초과학 연구 투자가 중요한 것이고, 우리 역시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자제어 저차원전자계 연구단,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은 모 완성차 기업과 소재·부품 분야 연구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업 요청으로 현재 협력 분야를 논의 중이다.

얇은 원자층 두께 물질을 다루는 원자제어 저차원전자계 연구단은 이를 활용해 표면적을 넓힌 고성능 사물인터넷(IoT) 센서, 플렉시블 소재, 관련 계측 기법 등에 힘을 합칠 전망이다.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은 촉매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관련 연구에서 협력 관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 근간인 기초과학 연구에 뿌리를 두면서 차세대 소재 산업 혁신에 도움이 되는 연구도 다수 수행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초과학연구원(IBS)

현재 일본이 규제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가 필요 없는 2차원 소재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이황화몰리브덴이나 그래핀과 같은 2차원 물질 물성을 연구해 반도체 대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조문호 원자제어 저차원전자계 연구단 부연구단장(포스텍 교수)은 “기초과학연구가 극에 달하면 이들이 새로운 응용 연구로 환원되는 예가 종종 발생한다”며 “앞으로도 R&D에 매진해 세계 최고 수준 기초과학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실제 산업에 도움 되는 성과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