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대표단이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협의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조정패널(DSP) 설치 요구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 대표단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장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두 번째 양자협의를 가졌다.
우리 측에서는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일본에선 구로다 준이치로 경산성 다자통상체제국장이 참석했다. 이날 협의는 지난달 11일 양자협의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 측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무역제한 조치로 WTO 협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했다. 또 수출통제제도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조속히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종전처럼 일본 수출기업의 부적절한 수출관리나 납기독촉 사례 등이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이유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에 일본의 사유가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WTO 협정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양측이 지난번 1차 협의 때 나온 내용에서 크게 진전이 없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패널 절차를 포함한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1일 귀국 예정인 대표단의 얘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회의 결과에 따라 패널 설치 또는 추가 협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 조정 절차까지 얼마나 걸릴 것이냐 질문에는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패널 설치 요구를 하면 양국 협의에 따라 패널 위원 3명을 선발하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WTO 사무총장이 직접 선발하게 된다”면서 “사안이 복잡함에 따라 1~2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DSP에서 결론을 못 낼 경우 상소기구로 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