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통신 기술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웨이브(DSRC) 용도인 5.9㎓ 대역 75㎒ 폭 대부분을 비면허대역 서비스와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통신(C-V2X)에 재분배하자고 제안했다.
C-V2X 진영과 대립해 온 웨이브 진영엔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다. 주파수 국제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미국 결정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 위원장은 “5.9㎓를 비면허 디바이스와 C-V2X를 위한 대역으로 분배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1999년 5.850~5.925㎓ 대역 75㎒ 폭을 웨이브 용도로 분배했다. 웨이브 상용화가 지연되자 주파수 활용도 제고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 위원장은 5.905~5.925㎓ 20㎒ 폭은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한 C-V2X용으로 용도를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10㎒ 폭(5.895~5.905㎓)은 웨이브나 C-V2X 가운데 용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5㎒ 폭을 비면허 대역용으로 용도를 변경하자고 덧붙였다.
FCC는 이 같은 내용을 행정예고(NPRM:Notice of Proposed Rulemaking)를 할 예정이며, 다음 달 12일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웨이브를 지지하는 미국 교통부(DoT)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웨이브 진영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투표를 통과해 행정예고가 진행되고 최종 실행되면 웨이브를 위한 주파수는 10㎒ 폭만 남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주파수가 없으면 기술은 설 땅을 잃게 된다.
웨이브 모듈업체 관계자는 “75㎒ 폭을 가지고 C-V2X와 대립하고 있었는데 절반 이상을 와이파이에 떼어 준다니 웨이브 진영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나 C-V2X 진영도 달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전용 주파수 확보 가능성이 짙어졌지만 자율주행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해서는 20~30㎒ 폭으로는 부족하고 최소 40㎒ 폭 이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5.855~5.925㎓ 70㎒ 폭을 지능형교통체계(ITS) 용도로 분배했지만 특정 기술로 한정하지 않았다. 현재 웨이브 진영이 1번과 4~7번 채널(각 채널 10㎒ 폭)을 실증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C-V2X를 위한 2개 채널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미국이 용도 변경을 추진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웨이브 용도 주파수를 축소하고 C-V2X 주파수 역시 20㎒ 또는 30㎒ 폭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짙다.
과기정통부는 5.9㎓ 70㎒ 폭을 웨이브와 C-V2X에 얼마씩 분배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6일 “미국의 결정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 5.9㎓ 용도변경 제안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